이명박 대통령은 행정구역개편과 관련, 마음이 급하지만 무리하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모습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선거구제와 맞물려 있는 데다 국회가 법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어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권의 지지부진한 논의에 대해서는 내심 걱정이 많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그래서 기회있을 때마다 정치권에 촉구하는 식으로 설득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특히 여당부터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자세가 새로운 100년을 내다보는 행정구역개편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에서다.

이 대통령이 행정구역개편에 대해 공개천명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이 대통령은 당시 “경제권, 생활권, 행정서비스 관점에서 보더라도 지금쯤은 행정구역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본격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해 이제는 국가정책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15경축사를 통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고, 11월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도 정치권을 향해 “새로운 지방행정체제로의 개편은 이제 지역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재차 서둘러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작은 이해득실에 얽매여서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며 “지방행정체제와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국회의 논의가 구체화되면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희생정신과 초당적인 접근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뉘앙스가 담겨있다.

청와대는 행정구역개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자율통합대상 지역을 확장해나가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한편, 국회에서의 논의를 독려해 기본틀을 만들고 법제화로 매듭짓는 방식이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