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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강렬한, 그러면서도 현실과 거리를 둔 차가운 삽화로 뜨거운 ‘강안남자’와 멋진 팀을 이룬 삽화가 난나(36·사진). 삽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국문학 전공으로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한 난나는 올해 초 영국 런던대에 교환학자로 떠나, 지난 몇달간 런던에서 삽화를 보내왔다.

자의식 강한 작품세계를 보여온 난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처음엔 소설이나 소설 속 인물 사건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어려웠지만 시간이 가면서 주인공과 사건들을 거리를 두고 픽션으로 관망할 수 있게 됐다”고 지난 7년10개월을 돌아봤다. 이어 “연재를 하면서 자연스레 나이를 먹다보니 세상이나 사람들, 인생에 대해 여유가 생겼고, 그래서 연재 중반부터는 소설 속 인물들이 단단히 긴장할수록 오히려 나는 느슨하게 상황을 읽을 수 있게 됐다”며 “그것이 해석의 재미였고, 또 그렇게 그리려 했다. 무엇보다 대중적으로 널리 호소력을 가질 수 있으면서도 좋은 그림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긴 시간이었던 만큼 그의 삽화 스타일도 끊임없이 변해왔다. 실제로 “극화부터 명랑만화까지 여러 스타일을 시도했다”는 그는 “만화적 디테일을 살려보기도 했고 추상적으로 그리기도 했다”며 “최근 몇년간은 미술에 접목한 팝아트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난나는 “조철봉은 한국 현대 남성들이 지니는 다양한 욕망을 완벽하게 실현해 보인다”며 “다만 이런 욕망이나 성취의 양상은 내 연령대 여성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몇년은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그려가다 보니 소설과 독자 반응들을 통해 한국 사회나 한국 남성들을 그 시점에서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 참 열심히 그렸다 싶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는 그는 요즈음 런던에서 자신의 전시회를 열 계획으로 분주하다고 한다.

최현미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