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북 경주시 황오동고분군 쪽샘지구 C10호묘 주곽(主槨·무덤의 주인공이 묻힌 널방)에서 출토된 마갑(馬甲·말갑옷).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총길이 230㎝가 넘는 말갑옷이 정연하게 깔려 있으며 아래에는 토기들이 함께 부장돼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2일 경북 경주시 황오동고분군(사적 제41호) 쪽샘지구 C10호묘에서 출토된 5세기 전반 중장기병(重裝騎兵·중무장을 하고 말을 타고 싸우는 무사)의 말에 착용하는 각종 보호 장구들인 마구류(馬具類)와 무사가 착용하는 철제 갑주류(甲胄類) 일습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던 삼국시대 개마무사(鎧馬武士·철갑옷으로 무장한 말을 탄 무사)의 실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삼국시대 중장기병 또는 개마무사의 무장 상태를 완벽하게 갖춘 예가 없었다”고 이번 발굴의 의미를 설명했다.

기마문화의 본격적인 수용을 보여주는 증거물인 마주(馬胄·말 얼굴가리개)와 마갑(馬甲·말갑옷) 등은 그동안 신라와 가야의 영역인 경북과 경남 일대에서 단편적으로 소량씩만 출토돼 오다 지난 1992년 경남 함안 도항리 마갑총에서 비교적 온전한 모습의 마주와 말갑옷이 발굴돼 화제를 일으켰었다. 그러나 함안 도항리 마갑총 말갑옷도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굴착기에 의해 엉덩이 부분이 일부 잘려 나가 아쉬움을 남겼었다.

이 점에서 신라 적석목곽분에 선행하는 무덤인 쪽샘유적의 주부곽식목곽묘(主副槨式木槨墓·하나의 봉분 속에 2개의 덧널이 있는 무덤구조)에서 말갑옷과 말 얼굴가리개 등의 마구류 일체와 찰갑(札甲·무사가 착용한 비늘식 갑옷)과 그 부속구 일체인 갑옷류가 함께 출토된 것은 첫 사례에 속한다.

중장기병이 발달한 고구려에서도 고분벽화 외에 실물자료가 제대로 출토된 적은 없었다. 나아가 지병목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장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서도 이처럼 중장기병의 무장상태를 보여주는 완벽한 세트가 갖춰진 사례가 보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말갑옷은 주곽(主槨·무덤의 주인공이 묻힌 널방)의 바닥에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목·가슴 부분(100×90㎝)과 몸통 부분(130×100㎝), 엉덩이 부분(토기 밑에 깔려있어 정확한 길이는 확인 안 됨) 순으로 정연하게 깔려 있다.

또 몸통 부분 말갑옷 위에 무덤의 피장자로 추정되는 장수의 갑옷인 찰갑으로 된 흉갑(胸甲·가슴가리개·60×50㎝)과 배갑(背甲·등가리개)을 펼쳐놓았다. 무사가 착용한 갑옷의 경우 지금까지 판갑(板甲·삼각형이나 정방형의 큰 철판으로 만든 갑옷)은 종종 출토됐지만 찰갑은 일부 부속구만 출토돼 그 존재만 확인될 뿐이었는데, 이번에 완벽한 형태의 실물자료가 확보돼 원형을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이 청장은 “말과 무사 모두를 철갑옷으로 무장한 중장기병은 요즘의 탱크와 비슷한 위력을 갖춘 부대였다”며 “이번 발굴 결과로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주 구정동 유적에서 출토된 철제 판갑에서 볼 수 있듯, 신라는 일찍부터 방어용 무구 개발에 나선 데다 고구려로부터 받아들인 중장기병을 효율적으로 운영했음을 이번 발굴 성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한상(역사문화학) 대전대 교수도 “신라의 성장 기반으로 철이 중요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철제 무기와 마구류의 집중적인 제작이 이뤄졌던 사실을 보여준다”며 “토기로 보아 황남대총 남분보다 조금 빠른 5세기 전반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