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잃은 것도 서러운데….’

몬태나주에 사는 클래런스 에이시(56)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직전에 일자리를 잃었다. 15살짜리 아들을 혼자 키우는 그는 곧바로 실업수당을 신청했지만, 직장생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 에이시는 이미 집세가 밀리고 전화선이 끊겼으며 다음주에는 전기까지 끊길 처지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데이비드 보먼(53)의 상황도 비슷하다. 원래 트럭 운전을 하던 그는 심장질환으로 세동(細動)제거기를 이식하게 되자 지난해 8월에 운전 일을 그만둬야 했다. 다행히 친구가 운영하는 배관 도매업체에서 시간제 근무를 하게 됐지만, 여기서도 12월31일자로 해고됐다. 보먼은 실업자가 된 시점에 전일 근무자가 아니었고, 일한 기간도 짧았기 때문에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경제위기로 미국이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직장을 잃고도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9일 보도했다. 3월 기준 미국 실업자 1320만명 중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은 580만명뿐이다. 이처럼 실업자 숫자와 실업수당 수령자 숫자가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실업수당을 받기 위한 조건이 비현실적으로 까다롭거나, 실업수당 수령대상자를 늘리는 데 반대하는 주가 있기 때문이다.

해고되기 전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지 않았거나 시간제로 근무한 사람들은 대개 실업수당 수령대상에서 제외된다. USA투데이는 이같은 지급조건 때문에 여성이나 저소득층 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 어려운 계층일수록 실업수당조차 받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주 시책에 따라 실업수당 지원을 늘리지 않는 곳도 많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경기부양 관련 법안에는 이번 불황으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주 차원에서 법을 고치기만 하면 70억달러에 달하는 지원금 일부를 받아갈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버지니아주 하원에서는 이같은 방향의 법개정안이 부결됐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텍사스,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지에서는 재정이 악화된다며 실업수당 수령자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에서는 시민단체가 나서 주 의원들에게 실업수당 대상자를 늘려달라고 청원하는 편지쓰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김성훈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