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최진실씨 자살을 계기로 여권이 악성 댓글 처벌 강화, 사이버 모욕죄 신설, 인터넷 실명제 확대 등 인터넷 관련 제반 규정을 담은 이른바 ‘최진실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병국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별위원장은 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인터넷 전반을 규정하는 새로운 법률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모든 관련 규정을 아우르는 하나의 통합법안을 만들지, 기존 개별 법안들을 각각 개정하게 될지는 아직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정기국회에서 ‘최진실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나경원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터넷 게시글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삭제 등의 조치를 요구했을 경우 포털 등 사업자가 24시간 안에 반드시 임시조치를 취하도록 관련 법을 고치겠다”며 “사이버 모욕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처벌수준도 일반 모욕죄보다 높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와 관련해서는 “(원래)게시자에게 이의신청 권한을 주고,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72시간 내에 판정을 내리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인터넷의 악성 댓글 등에 대해서는 정화 노력이 필요하지만 최씨의 자살사건을 빌미로 “여당이 인터넷 통제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거센 반박에 나섰다.

한편 정부도 하루 접속자 10만명 이상의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달 때 의무적으로 본인확인절차를 거치게 하는 등, 한나라당의 최진실법 제정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제한적 본인 확인제 확대를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개정안의 입법예고를 최근 마무리하고 위원회 의결을 남겨두고 있다”며 “규제개혁위와 국무회의 등을 거치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개정안은 지금까지 하루 접속자 수가 20만(인터넷 언론)~30만명(포털 등) 이상에만 적용해 온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10만명 이상이 접속하는 모든 사이트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현재 포털 16곳, 인터넷 언론 15곳, 이용자제작콘텐츠(UCC) 6곳 등 37곳에만 적용되던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범위가 유형제한 없이 게시판이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는 178곳으로 크게 늘어난다.

방통위는 또 올해 안에 인터넷 댓글의 모니터링 강화와 사업자 과태료 도입 등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키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사생활 침해를 받은 사람이 게시물 삭제 등을 요청할 경우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의무적으로 임시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부터 이같은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권로미·이관범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