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배우’ 최진실씨마저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연예인들의 우울증이 다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2005년 배우 이은주씨, 지난해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씨 등 연예인 중 우울증에 희생된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 사망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경찰서가 확보해 분석 중인 최씨의 ‘수첩 일기장’에는 “나는 외톨이. 왕따… 도무지 숨을 쉴 수 없다”고 적혀 있는 등 우울증세를 보여주는 내용이 상당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4년 이혼 뒤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신경안정제도 복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최씨의 빈소를 찾은 동료 연예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연예인 우울증의 심각성을 걱정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에서 최씨와 호홉을 맞췄던 배우 박중훈씨는 “연예인은 모두 인기 때문에 우울증을 앓는다”면서 “특히 정상을 경험했던 사람은 인기가 떨어지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안성기 선배나 나나 진실이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와 동갑내기로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온 여배우 이승연씨도 “인터넷 악플, 사이버 테러 등은 나도 누구못지 않게 겪었지만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다보면 제 정신으로 살 수가 없다”며 악플이 연예인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이씨는 “연예인도 사람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악플 자제를 호소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연예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우울증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사가 되기 때문에 생활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또 얼굴이 알려진 스타인 만큼 고통을 쉽게 드러내기 어렵고 주변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민성길(정신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유명인일수록 마음 속 갈등을 남에게 털어놓기 힘들다”며 “이런 스트레스가 쌓여 우울증이 되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