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최씨 어머니 오열 3일 오후 고(故) 최진실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최씨의 어머니 정모(맨앞)씨와 동생 진영씨가 입관실로 가며 오열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자신의 집 안방 욕실에서 압박붕대로 목을 매기까지,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최진실씨의 마지막 행적은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렀는지 유추할 실마리가 된다. 2004년 이혼 뒤 앓기 시작한 우울증에다 최근 탤런트 안재환씨 사망 후 불거진 ‘사채업 루머’로 인한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최씨는 충동적 자살에 이른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우울증 더 키운 루머 = 최씨의 유족과 매니저 등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최씨는 평소에도 죽음에 대해 언급한 일이 많았다고 한다. 2004년 이혼 후 앓아온 우울증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찰이 최씨가 사용하던 자택 안방에서 확보한 메모 등에는 ‘세상 사람들이 왜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꿋꿋이 극복해야겠다’는 등 현실을 힘겨워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살 하루 전쯤인 지난달 30일 ‘사채업 루머’를 유포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증권사 여직원 A씨와의 전화통화 후 최씨가 극도의 흥분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주변인물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선처를 부탁했고, 최씨는 ‘이렇게까지 사람을 망가뜨려 놓고,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극도로 흥분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A씨와의 통화 뒤 분을 이기지 못해 울면서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실제로 최씨는 이튿날인 1일 오후 2시30분쯤 모 제약회사 광고촬영을 시작했지만, 얼굴이 붓는 바람에 2시간여 만에 촬영이 중단됐다.

◆과음 뒤 극단적 선택 = 최씨는 광고촬영을 중단한 뒤 근처 순대국집에서 소속사 사장인 서모씨와 오후 5시부터 2시간여 동안 소주 3병을 나눠 마셨다. 또 강남구 청담동 주점으로 자리를 옮겨 연예담당 기자 등 지인 5명과 술을 더 마신 뒤, 오후 11시쯤 매니저 박모(27)씨의 부축을 받고 귀가했다. 최씨는 술자리에서 ‘내 얼굴이 많이 부었느냐’는 등의 말을 하며 침울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집으로 가는 도중 차 안에서 매니저 박씨에게 “왜 내가 사채업자가 돼야 하느냐. 죽고 싶다. 애들 항상 지켜주고 옆에 있어 줘”라며 아픈 속내를 다시 드러냈다고 한다.

최씨는 집에 도착해서도 어머니 정모(60)씨에게 “사채니 뭐니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데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며 울부짖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이후 안방으로 들어갔고, 이 무렵 충동적으로 자살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2일 오전 0시42분과 45분 두 차례에 걸쳐 메이크업 담당자에게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 미안하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살 결심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0시47분에는 절친하게 지내온 여성월간지 편집장 김모(37)씨에게 전화를 걸어 3분 정도 서럽게 울다가 “힘들다. 죽을거야”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김씨가 ‘누나가 왜 죽냐’고 묻자 “너한테 마지막으로 전화하는 거야. 우리 애들 크는 거 잘 지켜봐라”고 말했다. 실제로 7분34초간 이어진 김씨와의 통화가 자살 전 최씨의 마지막 행적이었다.

조성진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