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탤런트 최진실씨가 자살한 지 하루만에 압박붕대를 이용한 비슷한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유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경찰은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모방자살을 시도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오전 6시4분쯤 강원 강릉시 포남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이모(여·30)씨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119 구조대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의 아랫집에 사는 안모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오전 5시쯤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집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며 “불길한 생각이 들어 119구조대에 출동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119 출동 당시 이씨는 자신의 방 천장쪽에 있는 가스 배관에 압박붕대로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씨가 예전에도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고, 우울증을 앓아 왔다는 유가족 등의 말을 토대로 ‘모방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이날 오전 0시40분쯤 전남 해남군 모 아파트에서도 박모(여·55)씨가 집 욕실에서 압박붕대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아들 이모(35)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간 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아 들어가보니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자살 도구로는 흔치 않은 압박붕대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최진실씨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추석 연휴 뒤에는 강원 고성, 울산, 전남 담양, 부산 등지에서 탤런트 안재환씨의 연탄가스 자살을 흉내 낸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베르테르 효과’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주위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전문의 용화영(47·광주제일병원 원장)씨는 “평소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은 유명인의 자살을 보고 나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모방자살의 충동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럴 가능성이 있는 주위 사람들에게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남=정우천기자 goodpen@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