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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료원은 지난 1일자로 삼성 산하 6개 의료기관의 통합을 단행했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등 종합병원과 성균관의대,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인성과학재단 등을 아우르는 삼성내 의료그룹이 본격 출범한 셈이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해야 하고, 수익원 다각화를 지휘하는 이종철(60) 삼성의료원장. 눈코뜰새 없이 바쁠 텐데, 인터뷰가 성사될지 미리부터 조바심이 났다. 예상과 달리 이 원장은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의료원장 집무실에서 이 원장을 만나 보고서야 그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 이유를 알았다. 그는 의료계의 거대담론을 풀어내고 싶었다. “환자를 위해서도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보건의료 쪽을 산업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얼핏 의료계의 주장으로 비쳐지지 않겠습니까.

“전국을 통틀어 약 40만 병상이 있는데, 병원에 종사하는 인력도 40만명가량입니다. 1병상에 1인꼴인데, 1병상에 2인이 되도록 하면 40만명의 고용이 창출됩니다. 정부가 일자리 50만개 만드느라 그렇게 애쓰는데, 저는 여기서 쉽게 해답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저희 병원 중환자실에는 항상 40~50명이 앓고 있지만, 중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는 고작 2~3명뿐입니다. 환자에게 보다 좋은 치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도, 병원으로 하여금 40만명의 인력을 80만명으로 늘릴 수 있도록 자금의 창출, 그런 부분을 정부가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병원을 둘러싼 규제가 많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의사들에게 약을 100원에 사서 환자에게 100원에 팔라고 합니다. 원가를 절감하든지, 아니면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돈을 더 받든지 해야 합니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다량 구매를 하면 값이 조금이라도 싸져야죠. 또 상대적으로 좋은 시설에서는 조금 더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 복지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의료토대가 튼튼해야 한다는 점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일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의료인력에게 다소의 인센티브라도 제공되고,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를 진료한 의사에게 적정한 보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를 두고, 병원이 돈만 추구한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보건의료 쪽이 산업으로 전환되면 불이익을 받는 계층이 생긴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겠죠.

“그래서 소외계층에 대한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게 기본입니다. 그것과 미래 산업은 다른 차원입니다. 친구들과 만나면 아무래도 나이가 들고 했으니까, 자연스럽게 건강 얘기가 앞섭니다. 가까운 장래에는 나이 많은 사람이 돈을 갖고 있게 됩니다. 과거처럼 자식 공부시킨다 해서 재산 전부를 자녀들에게 쓰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젊은 사람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어디에 돈을 쓰겠습니까. 자기 건강을 위해 쓰게 됩니다. 따라서 산업의 무게중심도 정보기술(IT) 쪽에서 바이오산업으로 옮겨집니다. 소위 돈 쓰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거죠.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전화처럼 편리한 것에 맞춰졌다면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 쪽으로 중심이 잡힐 텐데, 거기에 대비하고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대형병원 간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삼성의료원’만의 강점이 있습니까.

“산하 병원들의 특성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은 암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병원의 역할을 맡고, 강북삼성병원은 당뇨센터를 중심으로 한 도심형 외래중심 병원을, 마산삼성병원은 지역중추병원으로 가일층 자리를 잡도록 하겠습니다. 특성화 전략을 토대 삼아 산하병원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의료원 고객 가운데 최고경영자나 고위공무원 등 국내 최상위 계층이 많습니다. 혹시 이 분들의 질환이나 건강유지법이 궁금합니다.

“우리도 질병의 유형이 서구화하리란 생각에 내원고객들을 상대로 직장검사를 해봤습니다.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이 10명중 3명 꼴로 발견됐습니다. 국내 전체인구중 6~7%에서 용종이 발견된 점에 비추어 아주 높은 수치죠. 고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경쟁이 심합니다.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고, 스트레스를 털어내느라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는 것도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굳이 고위층이 아닌 직장인들도 스트레스를 비켜갈 수 없습니다. 소화기 내과 쪽 명의로서 권장하실 지침이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그날의 스트레스는 그날에 풀어라, 그게 안된다면 한 주의 스트레스는 그 주에 풀으라고 권합니다. 가능한 한 편한 자세와 편한 마음으로 걷는 게 좋습니다. 누구하고든지 그날에 있었던 일을 대화할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오후 9시쯤 퇴근하고서 한 시간 쯤 부인하고 걷고 하루에 일어났던 일을 대화할 수 있습니다.”

―부인과 걷고 대화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이행하십니까.

“(웃음)저는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집에 들어가서 집사람하고 산책합니다. 아무래도 바깥 약속 때문에 집에서 저녁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집사람에게 미안하죠. 그래서 주말에 좋은 영화 있으면 예약하고 같이 자주 다닙니다. 주로 40~50대 분들이 회식한답시고 술집에 가서 기름기 많은 돼지고기와 소주로 스트레스 푸는 습관, 그것을 좀 바꾸면 어떨까 합니다.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는 풀리겠지만, 많은 음주와 많은 지방이 성인병을 유발시킵니다. 대장암의 원인은 지방이 많은 음식과 알코올입니다. 그것이 정 힘들면 주말을 이용해 등산을 한다든가 골프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우수인력이 의대에만 몰리고, 외과 전공을 꺼리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앞서 말씀드렸듯이 앞으로 IT산업에서 바이오 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갑니다. 바이오산업의 기반이 되는 게 의학입니다. 우수인재가 의대에 들어오면 바이오 산업의 좋은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습니다. 또 많은 의사들이 돈 되는 진료과목을 선택하는 세태가 물론 안타깝습니다. 외과는 물론 새로운 의학이나 기술, 두려움을 감내할 수 있는 힘든 기술, 이런 쪽의 종사자에게 상대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야 쏠림 현상은 해결됩니다. 인기 있는 쪽으로 몰리면 그곳의 공급과잉이 뒤따를 것이고, 상대적으로 손이 부족한 쪽에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삼성의료원은 친절한 병원을 기치로 내겁니다. 그래도 병원을 찾는 환자 입장에서는 불만이 나오지 않습니까.

“많은 게 변했고 또 변하는 와중인 데도 의료계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기반산업이 될 수 있는 바이오 산업마저 백안시되지 않을까, 두려움 아닌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의사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소비자는 왕’이듯이 의료인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먼저 맞춰야 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봉사 등 인성적 측면을 학창시절은 물론 인턴이나 레지던트 수련 때부터 몸에 배게끔 가르쳐야 합니다.힘들고 어려운 병든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고 친절하고 자기를 낮출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들이 선생님으로 불러주고 존경하는 것이지 내 스스로가 높아지고자 할 때 그분들에게 존경받을 수 없습니다.”

―오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습니까.

“처음 듣는 얘깁니다. 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습니까. 이런 것 아닐까요. 저희 병원의 경우 지식인들이 많이 오다보니까, 자기 의사 표시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예컨대 저희 병원의 하루 외래 환자가 7000~8000명인데, 저희 홈페이지 검색하는 네티즌만 하루 1만명을 웃돕니다. 내가 찾아갈 의사가 과연 얼만큼 알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얘기며, 실제 그 정도의 정보를 갖고 병원을 찾습니다. 우리 의료계의 약점이 합병증 통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2006년부터 병원발전지표를 만드는 과정에서 몇가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정에 없던 재입원이나 재수술, 소위 합병증하고 비슷한 것, 이런 항목들이 매년 어떻게 변하는지 추세를 들여다 볼 생각입니다. 저희 병원만이라도 조사해서 지난해보다 금년, 금년보다 내년 등의 의료질 기준을 제시토록 하겠습니다.”

―명의의 길을 접고 병원 행정 쪽을 선택하셨습니다. 후회하시지는 않습니까.

“제게 의사 개인보다는 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후회도 들고,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외경도 있겠죠. 저는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병원에서 저희를 따라오는 것을 보면서 희열도 느꼈습니다. 의료시스템을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렸냐고 말하면 대답하기 곤란하지만,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았다 싶습니다. 제가 레지던트를 선발할 때 봉사 여부를 확인하자, 또 한 달에 한번씩 의료봉사 나가자고 했을 때 모두 동의하고, 선뜻 나갈 수 있는 게 변화된 모습입니다. 그래도 뭔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은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李원장은 누구

1996년 삼성서울병원 기획조정실장에서 2000년 병원장까지 거치며 ‘친절한 의사와 병원’이라는 서비스 문화를 일궜다. 실제 삼성의료원의 친절 문화는 다른 병원들로부터 벤치마킹 사례로 꼽힌다.

인간관계에서 최선책은 대화라고 믿는다. 대화방식도 7대2대1로 구분한다. 70%는 들어주고, 20%는 공감해주고 10%만 하고픈 말을 한다. 조근조근하게 목소리를 가급적 낮추되, 꼭 해야 할 얘기가 있을 때 어조는 단호하다.

술자리에서도 다른 사람과 즐겁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정도만 마신다. 주량은 위스키나 소주, 맥주 불문하고 3잔 정도. 주말이면 항상 병원 의료진이나 과 동료 교수들과 함께 운동하며,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대화를 즐긴다. 운동은 고루 잘하는 편으로, 중·고교 시절 축구와 육상을 했으며, 예과 때는 합기도를 익히기도 했다. 골프는 어떤 고수를 동반하더라도 편안하게 플레이할 정도로 수준급.

모태신앙을 바탕으로 독실한 크리스찬이어서 수련의 채용 때도 봉사 경력을 눈여겨 본다. 국내 위장질환분야에서 명의로 꼽히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주치의이기도 하다.

▲1948년 경남 마산 출생 ▲경기고·서울대 의과대학 ▲서울대 의과대학 석·박사 ▲한양대 의대 교수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회장 ▲삼성의료경영연구소장 ▲대통령자문 국가생명윤리심의원회 위원 ▲삼성서울병원 원장

인터뷰 = 문성웅 사회부장 sw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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