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릿그물…창경바리…‘삼척동자’도 고기를 잡는다

이미지 크게보기 푸른 동해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강원 삼척의 장호마을 해변 갯바위가 빼어난 절정을 뽐내고 있다.

강원 삼척시 근덕면의 장호마을은 한국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삼척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25㎞ 정도 달리다 보면 장호항이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입구가 너무 초라해 그대로 지나칠 수 있을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국내 최고의 어촌체험마을이다.

2007년 전국 어촌체험마을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장호마을은 항구를 끼고 있는 1리와 초승달 모양의 해수욕장을 갖춘 2리로 나누어져 있다.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소나무숲도 아름답지만 쪽빛 바닷물을 뚫고 솟아오른 갯바위는 마치 금강산의 만물상을 옮겨 놓은 듯해 외지인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여름휴가철이 다가오자 장호마을 어촌계는 피서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올해 처음으로 어촌체험축제도 열었다. 이처럼 마을 주민들이 모두 나서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어촌의 살림살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획자원의 감소와 유가 폭등으로 출어를 포기하는 어민이 늘어 가계는 더욱 어려워진 실정이다.

강원도 1호 어촌체험마을인 만큼 어촌계에서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해 놓았다. 그동안 농촌이나 산사체험 등은 널리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어촌체험은 다소 낯선 것이 사실이다. 우선은 마을을 알리고 동시에 체험을 통한 즐거움과 기쁨을 동시에 얻고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전통 어업방식으로 고기를 잡는 후릿그물체험은 관광객들에게 단연 인기 만점이다. 먼저 고기잡이배가 후릿그물을 육상에서부터 바다를 향해 끌고 나가 볼록한 타원 형태로 그물을 설치한다. 그런 뒤 고기들이 그물 안으로 들어왔다 싶으면 해안가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양쪽으로 편을 갈라 그물을 잡아당기며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그물 길이가 200여m가 넘는 만큼 절대적으로 협동심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체험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일제히 “영차, 영차”를 외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들 신이 난 표정들이다. 그물을 완전히 걷어 올린 뒤 참가자들이 일제히 뛰어들어 맨손으로 고기를 낚아채는 순간 전통어업체험 행사는 절정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후릿그물과 마찬가지로 창경바리 어업도 1960년대까지 우리의 어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정겨운 풍경들이다. 밑바닥을 투명유리로 만든 사각형의 창경바리와 갈고리, 뜰채를 사용해 바다 속을 들여다보며 해산물을 채취하는 방식인데 주로 성게, 해삼, 고둥, 미역, 문어 등을 잡아 올린다.

전통적인 어업체험만큼이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국내 유일의 투명카누 체험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직접 들여온 투명카누는 우리나라에 단 3대밖에 없는 희귀성으로 인해 장호마을의 대표적인 체험프로그램이 되었다. 동해의 푸른 바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카누는 스릴 만점으로 관광객들로부터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밖에도 래프팅보트를 타고 해안절경을 감상하는 바다래프팅과 깨끗한 바다 속을 마음껏 헤엄치며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스노클링체험은 아름다운 장호항의 매력에 깊이 빠지도록 설계된, 가족을 위한 피서 프로그램이다. 또한 어선을 타고 항구 주변을 둘러보는 어선유람체험도 항상 준비되어 있는 상태다.

아름다운 항구와 기암절벽이 잘 어우러진 동해안의 작은 어촌은 아직은 외부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고이 간직하고 있고 주민들 또한 순박하기 그지없다. 순백의 모래사장과 청정무구의 바다가 공존하는 장호마을이 그냥 이대로 아는 사람들만의 명소로 남아 있기를 희망하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욕심일까.

사진·글 = moonpark@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관광객들이 장호마을 청정해역에서 투명 카누 체험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