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20일밤 켄터키·오리건주의 민주당 예비선거가 끝나면서 사실상 경선의 관문을 통과했지만 켄터키 경선 패배에서 다시 나타났듯이 그의 전도는 순탄치만은 않다. 당장 오바마는 취약층인 당내의 백인노동자 유권자층의 지지부터 되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 오바마 선출직 대의원 과반 획득 = 오바마는 지금까지 주별 경선에서 선출직 대의원 1610.5명을 얻어 전체 선출대의원 3253명의 절반에 17명 모자랐으나 이날 두 곳의 경선에서 103명의 대의원이 결정되면 과반선을 훨씬 넘어서게 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상·하원의원, 주지사 등 당내지도부로 구성된 ‘슈퍼대의원’을 합칠 경우에도 오리건·켄터키 경선 직전까지 모두 1917명을 확보, 힐러리(1721명)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날 경선 이후 오바마는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에 필요한 ‘매직넘버’ 대의원 2026명에 50~75명 차이까지 다가설 것으로 AP는 추산했다.

◆“클린턴 지지자 41% 오바마보다는 매케인 지지”= 20일 켄터키 경선에서는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34%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86% 개표상황에서 클린턴 65% 대 오바마 31%였다. 특히 우려할 만한 대목은 켄터키 출구조사에서 클린턴 지지자들의 41%가 11월 본선에서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로 나온다면 차라리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찍겠다”고 응답했다는 점. 이런 결과는 앞서 웨스트 버지니아에서도 뚜렷이 나타났고 펜실베이니아 등 클린턴 승리지역에서 이미 엿보였다. 이 때문에 오바마는 이날 경선결과에서 한발짝 비켜서며 ‘오바마 바람’의 첫 시발점이자 백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아이오와주에서 유세를 가졌다. 경선 대의원 과반수 확보의 의미를 내세우면서도 클린턴 의원과 지지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당내 경선결과보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 초점을 맞췄다.

◆ 공화당의 전략 “중도파 공략, 인종문제 약점 부각”= 공화당의 매케인 진영은 당내 경선에서 드러난 오바마의 취약점을 공략해나갈 전망이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는 인종문제가 백인 당원들의 이반 정도로 드러났지만 공화당의 선거전문가들이 본격적인 공세를 펼칠 경우 오바마의 담임목사였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발언은 오바마에게 큰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전략가였던 딕 모리스는 “인종문제가 대선에서 변수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실제 인종문제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판세는 미국 경제침체, 이라크전 수렁 때문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의 인기는 최저수준이고 표심은 민주당 쪽에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영웅 출신에, 지구온난화 대책, 워싱턴 정치개혁 등에 앞장서온 매케인의 중도파 성향은 공화당과 부시의 인기부진을 만회할 만한 배경이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