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종교적 스승인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연일 공개연설에 나서면서 또다시 미국 대선가도에서 인종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라이트 목사는 28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미국 흑인교회는 흑인들에 대한 사회적 핍박속에서 성장해왔다”며 “내 설교는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언론과 정치권이 내 발언을 거두절미한 채 전달해 진의를 왜곡하고 있다”며 “내 설교에 대한 비판은 제레미아 라이트 개인이 아니라 흑인 교회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연설은 CNN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방송됐다.

미 언론들은 하루전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전미유색인발전협회(NAACP) 연설 생방송에 연이은 라이트 목사의 발언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라이트 목사는 지난 2월 자신의 ‘갓뎀 아메리카’ 설교에 대해 해명하고 적극적인 반론을 폈지만 이날 그의 연설화법은 설교 장면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오바마는 라이트 목사의 설교 파문 이후 그와 정치적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왔다.

실제 27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 사회에 인종문제가 여전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올 가을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AP통신 등은 “라이트가 다시 민주당 경선의 중심에 섰다”며 “오바마 비판자들에게 더 많은 공격의 빌미를 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라이트 목사는 거침이 없었다. 그는 28일 연설을 통해 “흑인을 억압하는 미국 사회는 하느님의 책망을 받아 마땅하다”며 “내 설교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거두절미한 일부 발언만 보고 부당한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라며 “오바마도 정치인의 입장에서 해명하고 있지만 나는 하느님을 위해 평생 일해왔으며 성직자로서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국심 논란에 대해서 “나는 6년간 군인으로 복무했는데 딕 체니 부통령은 몇 년 복무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시카고의 우리 교회 신자들은 이 나라의 모든 전쟁에서 싸웠다”며 “나를 비애국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특권적 위치를 병역의무 기피에 이용해왔다”고 비난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