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경제 발전과 사회 복지를 동시에 꾀한 노무현정부는 2002년 20%였던 복지지출 비중을 2006년 4년간에 걸쳐 28%까지 높였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의 야심찬 복지정책은 경제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결과를 초래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격차가 커져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실패의 전형을 찾을 수 있다.

◆ 복지 지출은 선제 투자? = 참여정부 복지정책의 이론적 토대는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1998년 내놓은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개념에서 비롯됐다. 유럽의 전통 좌·우파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제3의 길’ 노선에 뿌리를 둔 것으로, 좌파의 전통적 복지국가와 우파의 작은 정부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였다. 인적·사회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복지에 기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복지정책이 성장을 가져온다는 논리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론’인 것이다. 참여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국정 제1 과제로 삼고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과 부동산 부자와 고소득층을 겨냥한 양도소득세 현실화,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러나 소득과 분배의 격차만 더 악화시켰다. 지나치게 인위적인 부의 분배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장동력을 저하시켰기 때문이다.

◆ 숫자로 증명되는 복지정책 실패 = 참여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분배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실질소득은 눈꼽만큼 늘었고 계층간 소득격차는 좁혀지지 않은 채 도리어 더 벌어졌다.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통계청 연간 가계수지동향을 살펴보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명목소득/소비자물가지수)은 2003년 전국가구(2인) 기준 월평균 281만원에서 지난 2007년 307만원으로 5년새 26만원 느는 데 그쳤다. 전체 소득은 정체인 상황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져갔다. 전국가구의 ‘지니계수’는 조사를 시작한 해이자 참여정부가 출범한 해인 2003년 0.341을 시작으로 2004년 0.344, 2005년 0.348, 2006년 0.351, 2007년 0.352로 5년 동안 계속 상승했다. ‘지니계수’란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가를 나타내는 소득분배 불균형수치로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또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7.66배로 지난 5년간 꾸준히 상승, 참여정부 기간 소득분배의 형평성이 계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 경제학부 현진권 교수는 “참여정부 복지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감성적인 ‘퍼주기’로 일관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복지정책은 사회보장성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참여정부에서는 이게 잘 안됐다”고 분석했다.

이승재·이용권기자 lee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