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노무현정부의 공교육 정상화 의지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말았다. 경직화된 고교평준화 및 3불정책(고교등급제·대학본고사·기여입학제 금지)은 결국 학교교육의‘하향 평준화’를 초래해 특수목적고(외국어고·과학고)의 양산만 부추긴 셈이 됐다. ‘공교육 정상화’를 공언하며 시작했던 수능등급제는 3년내내 교육당국과 대학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결국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만 부채질하며 논술학원 등 사교육시장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교육 시장만 키운 교육정책 = 노정부는 교육 정책에서 ‘평등주의’를 원칙으로 했다. 고교 평준화와 3불정책 유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공교육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2008년도 입시에서 수능등급제를 도입하고 대학들에 학생부(내신) 반영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일 것을 요구한 것도 평등주의 교육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내신을 중심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결국 대학들은 본고사 경계를 넘나드는 논술 문제에서 변별력을 찾으려고 했다. 논술이 중요해지자 학생들은 논술학원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2005년말 김진표 당시 교육부총리는 취임하면서 “6개인 자립형 사립고를 20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불과 석달 만에 “설립목적과 달리 입시기관화하는 자사고를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와 정책 조율 과정에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안선회 한국교육연구소 소장은 “학교 교육이 수월성을 보장하지 못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거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갔다. 재미 없는 학교 수업은 듣지 않고 학원에서만 공부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영어교육을 위해 조기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대거 늘면서 기러기 아빠들이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수월성 교육보다는 평등주의에 치중한 교육정책은 결국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려 주었다. 노정부 5년 동안 사교육 시장은 팽창을 거듭했다. 대교교육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2007 교육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사교육 시장의 규모는 23조4000억원으로 2002년 16조2493억원에 비해 30% 이상 성장했다.

◆설익은 정책으로 혼란 부추겨 = 아마추어라는 오명을 달고 다니던 노 정부에서 교육정책은 아마추어리즘의 결정판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념에 치우쳐 정책이 가져올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큰 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특히 수능등급제는 설익은 정책의 결정판이었다. 수능등급제를 주도한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육 현장에서 등급제 실시가 혼란만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했음에도 등급제 실시를 강행했다. 결국 1점차로 등급이 갈리는 등급제는 유례 없는 입시 대혼란을 가져왔다.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수능등급제를 폐지키로 결정해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은 노정부 교육정책 실험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정권 말 추진했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 추진 과정도 국정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노정부는 법안에도 없던 지역 균형 원칙을 시행령에 삽입해 예비인가 과정에서 교육부와 갈등의 씨앗이 됐다.

또 예비인가 대학 발표를 당초 예정보다 한달 이상 앞당겨 더욱 혼란을 부추겼다.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본인이 직접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고 말했다. 일관성 결여와 손발이 맞지 않는 교육부와 청와대의 혼란상은 대학들의 극한 반발을 일으켰고 이는 대학들의 줄소송과 백지화 요구로 이어졌다.

윤두현·김병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