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집 없는 국민들은 내집 마련의 꿈을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조그마한 아파트라도 장만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치솟는 집값에 무릎을 꿇어야 했고,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옮아가려는 소박한 꿈을 꾸던 샐러리맨들도 뜻을 접어야 했다.

정부의 공식 부동산 가격통계 기준인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5년 동안(2003년 2월 대비 2008년 1월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는 33.5% 급등했다. 부산(5.8%), 대구(15.8%), 대전(16.4%) 등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55.7%의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서울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부동산대책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2003년 전국 투기지역 확대를 내용으로 한 5·23대책, 재건축 소형의무비율을 확대한 9·5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2005년 들어서도 종합부동산세 대상을 6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8·31대책 등을 쏟아냈다. 2005년은 청와대가 직접 ‘버블세븐’ 지역을 지목하며 강남,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 거품이 붕괴될 것이라고 협박성 경고를 내놓았던 해였다.

또 2006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도입한 3·30대책, 수도권 공급물량을 확대한 11·15대책 등이 이어졌다.

그러나 “강남 집값만은 잡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의도와 달리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결과적으로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됐다.

실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30평형)의 경우 2003년 7월 5억8750만원이었지만 2008년 1월 현재 10억원으로 83% 뛰어올랐다.

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확연하다. 서울 강남구는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79.8% 상승했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79.3%, 83.0%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33.5%)을 배 이상 뛰어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교통부의 한 고위관리는 “청와대 비서관 회의에 들어가 보면 386출신 비서관들은 시장 메커니즘을 모른 채 무조건 강남 집값만 때려잡겠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강남 집값만 올려놓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제교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