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부터 서울시내 30곳의 지하도상가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이사장 정인대)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08년 지하도상가 일반경쟁 입찰 토론회’를 열고 공개입찰문제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각각 서울시와 지하도상가상인들을 대표해 불꽃 튀는 찬반논쟁을 벌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재산인 지하도 상가를 임대기간에 관계없이 독점하는 것은 문제라며, 고급화를 위해서도 공개입찰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상가대표로 나선 정 이사장은 “1960년대 임대보증금을 선납받아 건설한 지하도상가는 상인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상권을 형성해 지금에 이르렀다”며 “권리금은커녕 기존의 임차인 지위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개경쟁입찰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공개경쟁입찰이 대세 = 최홍규 서울시의원은 “기회균등과 형평성이란 원칙에 맞게 공개경쟁으로 가고, 수의계약을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준 서울시설공단 사업운영본부장은 “공익성과 수익성의 조화문제”라고 전제, “지하보도와 점포는 모두 공유재산으로 다수 시민에게 혜택이 가도록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본부장은 “지금 점포들은 너무 소규모라서 서울시가 재배치를 해보려 해도 애로가 많다”며 “보행공간에 물건을 쌓아놓는 등 시민에게 불편을 주는 일을 줄이고 쾌적, 친절을 요구하는 수준에 맞춰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금으로 건설된 공공시설인 지하도상가의 상인과 개인건물의 임대상인은 입장이 다르다”며 “누구나 접근가능하게 공개경쟁입찰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상가를 낙후된 채 방치하면 다른 상권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손님을 뺏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상권 보호해야 =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 본부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갱신기간이 선진국의 경우 7~14년이고, 임대인의 갱신거절권도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며 “서울시가 자의적 잣대로 공익성을 훼손하면서 수익을 추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권정순 참여연대 변호사는 “지하도상가는 영업장소뿐 아니라 대피소, 만남의 장소 등 공공의 성격을 띤다”며 “인천광역시에서 종전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3개의 조항을 신설한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도시연대 사무국장은 “기존 상인들의 권리 보장도 중요하지만 장사에 지장을 준다며 횡단보도를 못만들게 하거나 장애인, 노약자의 접근을 배려하지 않는 상인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국장은 “일본의 마치쓰쿠리(재래상가 활성화)처럼 공공기관과 상인이 협력하고 개발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계명 종각 지하도상가 번영회장은 “작고 아기자기한 것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운영방식 = 서울에는 소공·명동·을지로·종각·영등포·강남역 등 총 30곳에 2775개의 지하도 점포들이 있다. 이들은 5월(35개), 7월(311개) 등 오는 2010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된다. 현재는 지난 2003년 수의계약으로 서울시와 임차계약을 한 점포주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노성열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