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해온 가격남용행위 규제 방침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서 이 제도의 도입이 보류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공정위 등 정부부처에 따르면, 규개위는 공정위가 입법을 추진해온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중 가격남용행위 판단기준 보완에 대해 현 시점에서 이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철회 권고 결정을 내렸다. 공정위는 독과점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가격을 원가나 동종업종의 통상적인 수준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시켜 입법예고했었다.

이와 관련, 규개위는 가격남용행위 판단기준을 보완하는 것이 기업에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어 철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규개위는 그러나 ▲채무보증제한 금융기관에 상호저축은행 포함 ▲상호출자에 대한 탈법행위 유형 추가 ▲경매·담합 유형 상세화 ▲과징금 부과한도 기준 개정 등 나머지 사항들은 그대로 통과시켰다.

앞서 재계는 이 내용이 직접적인 가격규제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에 반하고 세계적인 경쟁법 운용추세와 한국의 규제완화 추세를 모두 거스르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가격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점을 간과하고 공급 요인에 의존해 가격 규제를 실시하려는 것은 ‘공정거래 버전의 원가공개 정책’이자 70년대식 물가관리정책”이라며 “가격 수준을 문제 삼는다면 기업의 창의적 활동과 경제의 동태적 효율성에 치명타를 입힐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그동안 재계의 우려에 대해 “독과점 사업자의 지위남용을 규제하겠다는 것일 뿐 기업의 가격결정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해왔으나 이번 규개위의 결정으로 관련 조항을 보완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분간 공청회 개최 등으로 제도 도입 취지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 들어선 뒤 내년쯤 제도 도입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