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7일) 서울지역의 일출시간은 오전 5시17분, 일몰시간은 오후 7시56분이다. 올 1월1일의 일출시간과 일몰시간은 각각 오전 7시47분, 오후 5시24분. 겨울의 한 중심에 있던 올 1월에 비해 본격 여름철로 접어든 요즘 해가 떠있는 시간이 5시간 이상 많은 셈이다. 1년중 낮의 길이가 긴 기간(4~10월)에 시계바늘을 1시간 앞당겨 일광시간을 최대한 활용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게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다.

최근 서머타임제가 경제계의 현안으로 등장했다. 서울올림픽을 전후해서 1987~1988년 2년간 국내에서 실시된 뒤 꼭 20년만에 서머타임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재계의 대표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서머타임제 관련 심포지엄을 개최하더니, 지난 2일에는 서머타임제의 조기 도입을 요청하는 경제계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서머타임제는 어느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서머타임제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아이슬란드 3개국뿐이다. 왜 선진외국들은 이처럼 서머타임제에 집착하는 걸까. 서머타임제가 뭐길래?

서머타임제 도입시 기대되는 효과로 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는 건 역시 에너지 절약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서머타임제를 4~9월 6개월간 실시할 경우 전력소비를 줄여 연간 9170만 달러의 원유 수입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생활체육 활성화, 문화산업 소비와 외식·쇼핑 증가 등으로 약 2조2000억 원의 경기 진작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머타임제가 경제전반에 미치는 순기능이 이처럼 크다는 사실이 경험을 통해 입증되자 미국 의회는 그동안 4~10월 실시해오던 서머타임제를 올해부터 아예 1개월 연장(3월중순~11월초순)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서머타임제를 선뜻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노동계의 부정적인 반응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노총 등 노동계에선 서머타임제 도입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출근시간만 1시간 앞당겨져 근로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화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서 서머타임제에 대한 찬성이 50% 안팎으로 ‘뜨뜻 미지근한’ 지지도를 보이는 점도 정부로선 부담인 듯싶다.

그러나 자원고갈에 따른 자원전쟁 시대에 에너지 절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더욱 중요하다. 지지부진한 내수경기와 서비스산업을 자극할 ‘계기’도 필요하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최근 서머타임제 도입 검토계획을 발표했다. 백야현상이 있는 아이슬란드는 서머타임제가 필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OECD 국가중 한국만 ‘독야청청(?)’ 서머타임제를 외면하는 국가로 남게 됐다.

제도의 취지와 기대효과가 분명하고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제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하다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과연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경제계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올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서머타임제를 외면하려 한다는 일각의 분석이 호사가들의 근거 없는 뒷담화이길 바랄 뿐이다.

[[김병직 / 경제산업부 차장]] bj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