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된 것은 무엇보다 성장동력 역할을 해온 투자가 저조한 데다, 고용창출 능력마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업들도 수익구조를 창출할 수 있는 확실한 비즈니스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어요.”

이철용(43)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경제가 과거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이같이 정리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데 핵심 걸림돌이라는 의미다.

그는 혁신능력이 결여된 점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했다. 투자규모 대비 특허신청 및 취득건수로 측정되는 연구·개발(R&D) 효율성이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뒤처진다는 것.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회 역시 결국은 R&D국제경쟁력을 높이지 않고는 힘들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나 사회 전반의 ‘종합실력’, 경쟁력을 높여야 합니다. 10~20년 후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주력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니까 투자도 안 되고 활력도 떨어지고 있거든요. 이는 R&D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R&D는 교육 혁신과 연계돼 있습니다. 결국 경제·기술·교육·정치적 능력 등이 결합되어야만 ‘경제적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앞으로는 북유럽 선진국처럼 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리나라도 인프라를 갖추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벨기에 등 이들 국가는 제조업 경쟁력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서비스업 경쟁력이 점차 상승하는 구조 아래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게 그의 설명. 수출 증가세도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가 튼튼하게 받춰주는 등의 강점을 지녔다고 그는 강조했다.

아울러 노사부문의 경우 2만달러를 고비로 노조 조직률과 연평균 파업 및 직장폐쇄 건수, 연평균 손실 근로일수 등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는 노·사·정이 타협해도 상급단체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못한다며, 일선 사업장에서는 부정하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선진 모델인 노사정위원회를 벤치마킹했지만 흉내 수준일 뿐 대타협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노사간의 갈등으로 인해 ‘유실’되는 게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등이 노사정 협약을 지킨 게 결국 전반적인 투자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면서 “물론 이 나라들은 수백년 동안의 투쟁을 통해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 싸우겠다’는 교훈을 얻었고, 우리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노동운동의 시작으로 봤을 때 투쟁 기간이 아직 20년밖에 안 되긴 했지만 북구 선진국의 사례는 어쨌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