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독일·일본 등 강대국은 혁신주도형 국가로 분류된다. 룩셈부르크·아일랜드·벨기에·네덜란드 등 북유럽 소국은 개방주도형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혁신도나 개방도는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다. 민간연구기관들은 “뒤떨어진 성장 활력을 회복해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길은 혁신과 개방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작은 사례 하나. 우리나라의 1호 자유무역협정(FTA)체결국으로 친숙한 칠레. 칠레 하면 와인이나 삼겹살, 농업강국 정도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칠레는 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국가 체질이 변모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FTA를 통한 ‘투자플랫폼’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덕분이다. 전 세계 50여국과 FTA를 맺으면서 칠레에 기반을 둔 해외 수출기업에 대해서는 온갖 혜택을 베풀고 있다. 권기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칠레 경제가 2003년부터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것은 2000년대 접어들어 대단위 경제권 및 미국· 한국 등과 FTA를 맺은 효과”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혁신과 개방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출 것을 주문한다. ▲정부 주도 → 시장주도 ▲물적자본 → 사람중시 ▲주력산업분야 육성 → 다양한 글로벌 가치 창출 ▲공급자 중시 → 수요자 중시 ▲퇴보적 갈등유발 → 진취적 사회통합으로의 전환이다. 이웃 일본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6300여건의 규제개혁을 이뤄냈다. 이로 인한 경제효과는 2005년 기준으로 18조3452억엔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5324건의 규제를 철폐했지만 아직까지 기업들의 체감도는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한국경제는 앞으로 혁신과 개방이 원동력이 돼 지속성장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과거 경쟁력을 갖췄던 분야는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내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앞으로는 고부가가치 산업분야로 발빠르게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승배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