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노사관계, 혁신적인 연구·개발(R&D), 매력적인 투자환경 조성, 규제완화, 신성장산업 육성….’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 다시 3만달러를 달성한 후 고속질주하고 있는 선진국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다. 전통적인 G7강대국은 물론, 북유럽 강소국들은 ‘통과의례’처럼 이 과정을 거쳤다. 역경도 따랐고,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도 적지 않았지만 슬기롭게 돌파했다. 이는 힘들게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후진적인 노사갈등으로 진통을 겪는 데다, 신성장 모델을 찾지 못해 기로에 선 한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덴마크는 2005년 기준으로 유럽 최고의 고용률(75.9%)을 기록하고 있다. 2006년 기준 실업률은 3.9%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비결은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데 있었다. 덴마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와 근로자 재고용 지원을 결합한 전략을 추구했다. 국가재정을 투입, 중소기업근로자를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한때 ‘유럽의 경제 지진아’란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던 아일랜드. 그러나 2005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길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금액은 1990년대 연평균 42억달러에서 2000년대 들어서는 197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로 만 20년을 맞는 노·사·정 대타협과 개방이 결합하면서 괄목할 만한 시너지 효과를 낳은 것. 아일랜드는 낮은 법인세율과 규제혁파로 각국 금융기관을 유인한 결과, ‘세계 금융의 신메카’로 부상했다.

핀란드 역시 옛 소련 붕괴 후 발생했던 금융위기를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극복했다. 핀란드는 1993년 산업정책을 산업별에서 클러스터별 정책으로 바꿨다. 정보통신부문에 R&D예산의 절반을 쏟아붓는 구조로 전환시켜 정보통신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쇄신을 통해 국가의 지향점을 명확히 설정,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된 나라들과는 반대로 뒷걸음질치는 나라들도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1998년 국민소득 8280달러 달성 이후 소득이 저하되고 있다. 리더십이 떨어지고 집단이기주의와 인기영합주의, 부정부패가 만연한 탓이다. 노조지상주의와 사회복지제도를 성급하게 강화한 점은 성장에 ‘동맥경화’를 불렀다. 스페인과 뉴질랜드, 포르투갈도 1만달러를 넘어선 후 지역 간 격차나 노사분규의 장기화로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995년 1만달러 이후 12년 만인 올 연말쯤 2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사이 이미 일본·미국·아이슬란드 등은 4만달러, 스위스·노르웨이 등은 5만달러, 룩셈부르크 등은 6만달러를 넘어서며 저만치 달아난 상태.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더디게 2만달러에 근접하기까지는 성장잠재력의 확충보다는 원화가치 절상이 더 크게 작용했다”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갈려면 원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절상되어야 할 텐데 그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 ▲투자활성화를 통한 자본축적의 고도화 ▲경제구조의 선진 시스템 구축에 매진할 것을 권고했다.

김용하(금융경영학) 순천향대 교수는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국가발전에 필요한 각종 자본을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 구조를 지녀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규제개혁과 함께 각종 사회제도와 정치·행정제도를 유연하고 생산적인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종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