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해외시찰, 문화탐방 등의 명목으로 많게는 한 해에 수백명씩 무더기로 해외에 단기연수를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 여행자 선발에 노조가 개입하는 경우도 적지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일 공기업들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공기업들은 퇴직예정자, 공로자, 해외여행 무경험직원, 노조발전에 기여한 사람 등의 명분으로 해외단기연수자를 선발, 주로 5~10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공기업들의 해외연수는 대규모인데다 노조의 과도한 영향력 등에 따라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또다른 방만 경영 실태로 지적받고 있다.

◆ 관광성 단기연수 = 코레일(철도공사)은 지난해 405명을 대상으로 4박5일의 해외단기연수를 배낭여행 형태로 실시했다. 코레일은 지원자 가운데 업무능력과 근무실적 등을 감안해 여행자를 선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405명은 전체직원 3만1480명의 1.28%에 불과한데다 경비의 50%는 자비부담이며 여행기간은 연월차휴가를 소진한 것으로 계산한다”고 말했다.

주택공사는 올해 7박8일 일정으로 200명을 해외에 보낼 예정이다. 1인당 지원액은 150만~200만원 정도로 책정됐다. 신용보증기금도 한해에 120명씩 국외체험 연수를 보내고 있으며 토지공사도 올해 103명을 대상으로 외국 단기연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전력은 출장·기술연수 외에 단기 해외연수로 매년 상당수 인원을 해외에 내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퇴직예정자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전관계자는 “해외사업이 많은 특성으로 인해 해외출장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순수 관광성 외유는 없다”고 말했다.

◆ 노사 합작 해외연수 = 상당수 공기업에선 노조가 해외 연수 선발에 개입하고 있다. 회사측이 노조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내놓은 선물인 셈이다.

한국마사회는 7월에 노사합동연수 40명, 선진경마연수 25명 등 모두 65명을 대상으로 7박8일간 해외여행을 실시한다. 해외 경마산업 시설과 선진 경마 운영시스템을 견학한다는 게 목적이다. 특히 노사합동연수 대상자는 노조활동 참여여부 등을 기준으로 노조가 결정한다. 마사회 관계자는 “15년전쯤 노조 활동이 격화됐을 때 노사화합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올해 노사한마음 연수 26명, 관리자·실무자 연수 20명, 경영평가 유공자연수 15명 등 61명을 대상으로 단기연수를 실시한다. 노사한마음연수 대상자는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공사측이 밝혔으나 사실상 노조의 영향력 안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연수는 거의 모든 공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선진 조폐시설 견학 명분으로 주로 중국에 5일 안팎으로 다녀오고 있다. 가스공사의 경우 올해 56명이 단기연수를 다녀왔다.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노조와 공사가 공동으로 선발한다.

◆ 고액 해외유학 많은 금융 공기업 = 금융분야 공기업들은 장기 해외연수가 상대적으로 많다. 한국은행은 매년 20명을 선발해 해외 유학을 보내고 있다. 최장 2년 과정이다. 현재 해외유학 중인 직원은 40명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21명의 직원이 유학 중이고, 올해 2년짜리 15명, 1년짜리 12명 등 27명을 선발해 유학을 보낼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봉급과 별도로 학비를 포함한 체재비로 연 6만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산은의 경우 해외 유학·연수자 192명과 국내연수자 50명, 14명의 국내학위과정 참가자를 더하면 직원 2470명의 10%인 256명이 국내외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42명이 해외 유학을 떠났고 해외연수 519명, 해외여행 174명을 포함하면 모두 735명이 해외로 나갔거나 다녀왔다.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