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이대로 추락할 것인가.’

지난 수년간 세계경제가 호조를 보여온 반면 우리 경제는 성장둔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선진국으로 접어드는 문턱인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한때 이러한 저성장의 사슬에 걸려 고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고비를 극복하지 못한 국가들은 선진국 반열에 들지 못하고 추락했다. 반면 다양한 혁신 노력으로 성장의 활력을 되찾아 글로벌화에 성공한 국가들은 ‘선진경제’의 달콤한 과일을 따먹을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도 진취적 정신을 바탕으로 개방을 주도한 나라들은 융성했지만, 시대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했던 국가들은 쇠락했다.

◆성장 한계에 다다른 한국경제 = 과거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성장동력이 차츰 힘을 잃어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자본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설비투자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그 여파로 인해 2000년대에 들어와서도 투자부진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자동차, 화학, 철강, 정유 등 주력 장치산업들은 국내투자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들이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적 고민과 함께 이전에 비해 투자실패에 따른 사회적 부담을 공유할 시스템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사례에 따른 산업공동화도 문제점으로 지적된지 오래다. 값싼 노동이나 원료, 수요처를 찾아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한된 내수규모와 성장성 ▲경제성장 단계에 비해 높은 노동비용 ▲지나친 정부규제 등이 이러한 해외이전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경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요소로 ‘혁신’과 ‘개방’을 꼽았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혁신과 개방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과 투자확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가능케 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4월 열린 창립 21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한국경제가 성장활력을 회복하려면 다섯가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다시 말해 ▲규제개혁 ▲인재의 개발·육성 ▲다양한 글로벌 경쟁력 창출 ▲공급자 중시에서 수요자 중시로의 변화 ▲갈등유발이 아닌 통합형 사회구조 등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상무는 “성장활력을 높이려면 규제개혁과 우수인력 양성, 시장 개방 등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혁신과 고부가가치 활동이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야기되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사회적 지도자들이 미래지향적으로 통합해 나간다면 기대이상의 경제적 성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외환위기의 상처에서 벗어나 재도약하기 위한 실용적 대안으로 ▲연금개혁 ▲정년연장과 유연성의 동시 추진 ▲교육개혁 ▲부동산시장 안정 등을 통해 4대 불안요인(노후불안, 고용불안, 자녀불안, 주거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