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26일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이날 “본회의에서도 이 결의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본회의 상정권을 쥐고 있는 펠로시 의장이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오는 7월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도 사상 처음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톰 랜토스 위원장이 주재한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찬성 39, 반대 2의 압도적 다수로 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의 외교위 통과 이후 펠로시 의장은 “하원 본회의도 이 결의안을 통과시켜 우리가 위안부들이 겪은 엄청난 고통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길 기대한다”고 지지선언을 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면서 중요한 우방이지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이 점(위안부 문제)에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2차 대전이 일어난 지 반세기가 더 지났지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래세대를 교육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외교위를 통과한 결의안은 지난 1930년부터 2차 세계대전기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일본정부가 공식적으로 시인·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2차대전중 일본정부가 저지른 ‘위안부제도’를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사건들 중 하나로 규정했다. 결의안은 일본정부에 ▲위안부 존재에 대한 공식인정·사죄 ▲일본 총리의 공식 사과 ▲위안부 존재사실을 부인하거나 미화하려는 주장 중단 ▲위안부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현재와 미래 세대에 교육시킬 것 등을 촉구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다만 미·일관계를 감안해 마이클 혼다의원의 당초 결의안 중 일본 총리의 사과 ‘요구’를 ‘권고’로 수정했다. 랜토스 위원장은 이날 수정안에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만약 일 총리가 성명 형식으로 공식 사과를 하면 과거 일본측이 발표한 성명들의 진실성과 (법적) 지위에 대한 반복되는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한편 국제 앰네스티 미국지부는 이날 하원 외교위가 일본정부에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사과하고 역사적 책임을 인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환영했다.

워싱턴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