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융합(퓨전)화’와 ‘신물질 접목’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퓨전 메모리로 오는 2011년까지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내부에선 퓨전 메모리를 반도체의 미래라고 부를 정도다. 더불어 신물질을 접목한 전혀 새로운 반도체 종자를 고안해 10년 뒤의 성장엔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융합화는 디지털 컨버전스 열기가 반도체 분야로 옮겨 붙으면서 탄생한 개념이다. 카메라·캠코더·휴대전화·TV·오디오 등이 이제는 하나의 제품으로 결합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그 안에 쓰이는 각종 메모리와 프로세서· 소프트웨어·센서·로직 등의 핵심 구성물을 하나로 합칠 필요가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융합화 3세대에 진입했다. 반도체 칩을 물리적으로 결합한 멀티칩패키지가 1세대를 대표했다면, 메모리와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센서, 로직 등을 하나로 합친 원칩은 2세대를 대표한다. 3세대에 접어들면 아예 전혀 다른 종류의 메모리를 합친 퓨전 반도체가 등장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2월 개발에 성공한 D램(DRAM)과 S램(SRAM)을 원칩화한 ‘원D램’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는 메모리가 프로세서의 보조역할에 머무는 게 아니라 시스템의 핵심역할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D램의 최대 장점은 각기 다른 역할을 맡는 두 개의 프로세서 사이에서 데이터 교환을 바로 중계해 종전보다 구동 속도를 5배 이상 높이고, 칩 수를 줄여 원가를 낮추며, 회로면적(50%)과 전력소비(30%)도 줄인다는 것. 하이닉스도 오는 2010년까지 퓨전 메모리를 팔아 1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현재 낸드 플래시와 D램, 컨트롤러 등을 하나로 결합한 제품인 ‘DOC(Disk On Chip)’ 생산에 애쓰고 있다.

신물질 접목을 대표하는 제품은 바로 실리콘 대신 게르마늄 합성물질을 이용하는 ‘P램(Phase Change RAM)’. P램은 동작 속도가 월등하게 빠른 램계열과 비휘발성인 플래시 계열의 장점을 두루 갖춰 일명 ‘퍼펙트 램(완벽한 램)’으로 불린다. 데이터 저장 속도는 기존 플래시 계열에 비해 30배 이상 빠르고, 내구성은 10배 이상 튼튼하다. 동작 원리는 이 물질이 전기가 잘 통하는 고체 상태와 안 통하는 액체 상태로 번갈아 바뀌는데 이를 온(켜짐)과 오프(꺼짐)로 식별해 1비트(bit)를 표시하는 저장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12메가비트(Mb) P램을 개발한 데 이어 내년에는 고용량 노어 플래시 계열을 대체하기 위한 상용화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이닉스도 최근 P램 개발 조직을 만들고,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