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전 고검장의 별명은 ‘심통’이다. 고집이 세고 성이 ‘심’씨이기도 하지만 누군가 부탁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외골수 성격 때문이다.

그는 역대 검찰이 배출한 가장 대표적인 ‘특수통’이자 ‘강력통’검사이다. ‘조폭과의 전쟁’‘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한보사건’‘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등 그가 수사한 사건을 나열하면 대한민국 현대사를 읽을 수 있다. ‘심통’답게 대전 법조비리 사건으로 억울하게 검찰을 떠날 때는 ‘항명파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2002년 33기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존경 받는 법조인으로 뽑힐 정도로 투명함과 불의에 굴하지 않는 검사의 대명사로 각인돼 있다.

심 전 고검장을 설명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폭탄주인데 그의 폭탄주 예찬론은 검찰 내지 검사론과 맞닿아 있다. “시작부터 폭탄주를 마시면 2차가 없다. 보통 2차는 고급 술집을 가게 되니까 부정부패와 실수의 원인이 된다. 폭탄주는 또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시기 때문에 탁자 밑에 쏟지 못하니까 투명하고 정직하다”는 것이다. 항상 양주와 맥주를 가득 채우는 제조법을 고집하는데 “가득 채워야 부정부패가 없다. 7부니 8부니 하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이유다.

서울지검 강력부장 시절 출입기자 명단에 사람별로 O, X 표시가 돼 있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더니 “O는 나와 폭탄주를 마시고 아직도 안 쓰러진 사람, X는 진작에 뻗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와 폭탄주를 마시다 화장실에 가려면 한잔을 더 마시고 다녀와서 또 한잔을 더 마셔야 한다. 화장실에 가서 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하면서 김태촌씨를 비롯한 서방파, 조양은씨의 양은이파, 이동재씨의 OB파등 대한민국 3대 조폭 패밀리를 소탕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집요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약력

▲1944년 충북 옥천 출생 ▲서울고, 서울대 법대 졸업 ▲사시 7회 합격 ▲1972년 서울지검 검사 ▲1982년 밀양지청장 ▲1990~1992년 서울지검 강력부장, 서울지검 3차장 ▲1993~1997년 대검 강력부장, 대전·광주·인천지검장 ▲1997 ~ 2001년 대검 중앙수사부장, 대구고검장, 대검 고검장, 부산 고검장 ▲2002년~현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