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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들어선 정권들 중에서 국민들은 김대중(47.0%) 정권을 가장 높게 평가했다. 다음으로 김영삼(13.3%), 노무현(7.6%), 노태우(7.5%) 정권 순으로 나타났다.

김대중 정권이라는 응답은 호남지역에서 80.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지역적으로는 서울, 연령별로는 20대, 그리고 화이트 칼라 계층 등 주로 여론주도층에서 응답률이 높았다. 남북관계 진전과 북핵사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역할론 등이 제기된 것이 높은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건국 이후 역대 모든 정권들로 확장해서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국민들은 박정희(83.3%) 정권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 응답에서도 김대중(38.4%) 정권은 ‘박정희 정권’ 다음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성장’, 김대중 정권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확실한 성과에 기반해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진보·개혁층에서 박정희 정권에 19%대의 높은 점수를 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대중 정권에 이어서는 전두환(26.7%), 노무현(8.3%), 이승만(7.4%), 김영삼(6.0%), 최규하(3.1%), 노태우(2.1%), 윤보선·장면(1.6%) 정권 순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일까. 국민들은 ‘경제성장’(23.7%)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다음으로 인권 신장(16.6%), 정치민주화(15.1%), 남북관계 진전(12.8%), 복지 확충(11.5%), 부패 척결(4.2%) 순의 평가가 있었다. ‘경제성장’이라는 응답은 서울지역과 20대에서 많았고, ‘인권 신장’은 대구·경북지역과 30대, 고학력층 등에서 특히 높게 나왔다. 이념성향별로는 진보개혁층에서 특히 ‘인권 신장’이라는 응답을 가장 많이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지지층에서는 ‘경제성장’ ‘인권 신장’ ‘정치민주화’ 라는 응답이 19%대로 비슷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해 11월28일에 ‘민주화 세력이 집권한 지난 10년간 가장 잘한 분야’에 대한 질문에서 ‘인권 신장’이 29.2%로 가장 높게 나온 것과 다소 다른 결과다. 이에 대해 연구소측은 “국민들이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가 적잖은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부분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더 많은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