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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유엔 사무총장으로 불리는 국제로타리 회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로타리의 활동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국제로타리는 전세계 로타리 클럽의 연합체로 203개국에 3만2000여개의 클럽과 123만 회원을 두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민간 자선봉사 단체입니다. 회원은 각국의 사업가 및 전문 직업인들로 구성되고 이들은 국제 로타리가 주장하는 ‘초아(超我)의 봉사’ 정신을 실천하면서 지역 사회와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로타리인들은 또한 네가지 표준을 지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데 있어, 진실한가, 모두에게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회장은 어떤 자리입니까.

“미국 시카고에 있는 국제 로타리 본부 620명의 직원과 함께 세계 7곳의 국제 사무국 직원들을 관장하면서 자원봉사자로 뛰는 것입니다. 회장 임기동안 전세계를 순방하며 각국의 정상들과 민나 지구촌의 문제를 협의하는 민간 외교관이기도 합니다. 로타리 회합이 있는 매주 제 이름과 태극기가 전세계에 휘날리고 애국가가 울리게 됩니다.”

―반기문 전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된데 이어 한국인이 국제로타리 회장까지 맡게 돼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10대 교역국이자, OECD의 회원국입니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2002년 월드컵때는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나아가, 유엔과 WHO의 사무총장까지 배출했습니다. 과거 우리는 지구촌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은 국가 중 하나였고 이는 오늘날의 우리를 만드는 데 큰 보탬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국제 사회에 그 은혜를 되돌려 주어야 합니다. 한국 로타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그 결과 양적으로로 많은 성장을 이뤄 회원수는 세계 4위이고 로타리재단 기여도는 세계 3위입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로타리 5만 회원들의 열정적인 활동은 전세계 로타리안들이 인정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바탕으로 국제로타리 100년 역사상 첫 한국인 회장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감격해 하는 것은 바로 이점입니다.

―이번 선출과정은 어떠했습니까.

“로타리에서는 선거 운동을 못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서는 누군가 캠페인을 하면 ‘키스 오브 데쓰(Kiss of death), 그러니까 자살골이라고 얘기합니다. 물질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요. 회장에 선출되는 것은 그 나라에 돈이 많다든가 클럽 회원이 많아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로지 한국 로타리 회원들의 열성적 활동이 도움이 됐고 저 자신도 그동안 어려운 활동에도 몸을 아끼지 않은 점이 반영된 것 아닌가 합니다.”

―새로운 회장으로서 구상하고 있는 국제 로타리의 활동 방향이나 구체적인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어느 봉사단체나 세계 평화를 지향하고 있지만 빈곤퇴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아이템으로는 소아마비 박멸, 문맹퇴치, 물로 인한 보건 위생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5초당 3명, 1분에 34명, 하루에 5만명이 굶어 죽고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또 매일 5000~6000명이 물 문제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세계 12억명이 하루에 1달러 이내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로타리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고민해 나갈 것입니다.”

―로타리는 소아마비 박멸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데요.

“소아마비는 한 인간의 삶을 아주 어린 나이에 짓밟는 몹쓸 병이지요. 1985년부터 소아마비 박멸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6억달러를 들여 전세계 5세이하 어린이 20억명 이상에게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100만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는데 1997년부터는 북한에서도 예방접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 하루 1000명씩 소아마비 환자가 발병하던 것이 이제는 1년에 2000명 정도로 줄었고, 퇴치작업의 99%쯤이 완료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빈곤과 기아 문제는 북한도 심각하지 않습니까.

“한국인인 제가 아니라 미국인이 국제로타리 회장에 선출되더라도 북한의 어린이 문제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북한의 어린이 사망률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와 같은 수준입니다. 제가 로타리 활동을 한다고 다니면서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는 모습이 외국의 TV에 방송될 때마다 부끄럽게 생각했습니다. 당장은 국제 로타리의 미국 이사들을 데리고 북한에 한번 들어가 볼까 합니다. 문제는 북한에는 로타리가 없어서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처음 로타리 클럽에 가입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부친이 로타리 부산 회장이셨습니다. 제일 친한 친구가 국제 로타리 이사셨고요. 김영소 박사라고…. 처음에는 선친이 로타리 들어가는 것을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한창 일할 나이에 안 된다면서… 그런데 들어오고 난 다음에는 막상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꾸중을 하시더라고요…. ”

―로타리클럽은 부자들만 모여 있는 단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입에 특별한 제한이 있습니까.

“처음에는 지역별로 1직업에 1직종만 가입시켰는데 지금은 3∼4명까지 늘렸습니다. 주로 호텔에서 점심 회합을 하다보니 부유층 위주의 모임이라는 선입견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버나드 쇼가 로타리를 두고 ‘잡담만 하는 곳’이라고 했겠습니까. 지금은 점심클럽뿐 아니라 아침클럽도 많이 있습니다. 도시가 문제지 시골에서는 선지해장국 먹고 값싼 커피 마시고 그럽니다. 무엇보다 빈민구제를 위한 봉사단체로 활동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로타리는 선거때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적으로 특정한 성향이 없습니까.

“로타리는 국회의원을 받지 않습니다. 가입할 자격이 되는 직업분류 코드에 없어요. 로타리 회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국회의원 직업을 가지고 가입할 수는 없습니다. 로타리에는 정치가 들어오면 안 됩니다. 정치단체를 지원하거나 캠페인하면 그것은 로타리 정신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평생을 로타리를 통한 봉사활동에 매진해 오셨는데 남을 위한 삶을 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또 봉사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강조하는 좌우명 같은 것이 있습니까.

“어릴때 우리집 형편이 괜찮기도 했지만 손님이 오면 절대 그냥 보내지 않았습니다. 밥을 해서 먹이거나 하다 못해 차비라도 줘서 보냈습니다. 봉사라기보다는 내가 형편이 되고 가진 것이 있는 한 남에게 잘해주고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집안의 가훈이었던 셈입니다. 스스로에게 늘 다짐하는 것은 ‘꾸준하고 성실하게’ 입니다. 제가 좀 우직한 편입니다.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봉사의 즐거움이랄까, 보람은 어떤 것입니까.

“로타리에 들어와 생활이 많이 변했습니다. 로타리를 하면서 이러면 안 된다 하는 행동들이 생겼고 자제를 하게 됩니다. 만약에 로타리에 안 들어왔다면 내가 남을 위해서 단돈 5000원이라도 쓸 수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이상호 전국부장 soo-lj@munhwa.com
정리=장석범기자 soo-l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