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이 증가할수록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이 커진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서비스 산업 가운데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가 금융과 컨설팅인데, 이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바로 경영전문대학원이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경영전문대학원에 대한 지원을 공표한 바 있는데, 대학생과 직장인 사이에서도 새로운 경영교육 체제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수요에 따라 많은 대학이 경영전문대학원 체제를 출범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경영전문대학원은 로스쿨처럼 엄격한 정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각 대학은 정원 확보보다 경쟁력 있는 교육과정 설계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면 경영전문대학원이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경영전문대학원의 성공요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화이다. 선진 사례를 보면, 비즈니스가 글로벌화하면서 경영전문대학원도 학생, 교수, 교과과정을 글로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의 경영학 석사 프로그램은 외국학생 비중을 10% 이상으로 하고 있으며, 외국교수의 비중이 30% 이상 되는 대학이 많다. 그리고 외국학생과 교수의 증가로 대부분 100% 영어 강의 또는 영어와 그 나라 국어를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 변화를 한국의 대학에 도입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글로벌화 과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경영전문대학원 체제는 발전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글로벌 기업들은 영어 의사소통이 되는 졸업생에게만 관심을 가질 것이고, 글로벌 기업의 관심을 끌 수 없는 대학원에는 좋은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로벌화와 더불어 지역화를 추진해야 한다. 즉, 한국의 경영전문대학원들은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경영학 교육을 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퍼드대학은 벤처 경영, 바이오밸리에 위치한 와튼스쿨은 바이오산업 경영, 패션의 중심지인 파리에 있는 에섹은 명품 마케팅을 새로운 전공으로 추가함으로써 차별화 요인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지역특성을 잘 살리면 외국인 학생들을 모집하고 글로벌 리크루터(recruiter)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NHN, NC소프트는 한국의 IT 강국 이미지를 외국인들에게 확실하게 심어준 일류 기업들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활발한 산학협동은 경영전문대학원의 교육 내용, 학생 모집, 취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이 동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므로 중국, 일본의 대학들과 제휴하여 교육과정을 개설한다면 더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경영전문대학원도 실무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경영전문대학들도 실무교육에 치우친 것을 반성하고 이론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21세기의 경영 환경은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기존 환경에 바탕을 둔 실무교육은 ‘유통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이론교육은 경영 현실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평생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론교육은 연구기능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경영전문대학원은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교수 평가에서도 연구능력을 중시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과학과 수리과학은 경영학의 매우 중요한 인접 학문으로 경영전문대학원의 발전은 이들 기초학문의 발전과 함께해야 한다.

서비스 경제가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 성공적인 경영전문대학원 체제의 정착은 우리 경제에 활력소를 제공할 것이다. 그리고 경영전문대학원 졸업생들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우진 / 서울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