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구를 늘여라.’ 태어나는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없는 ‘침묵의 농촌’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도시에서도 구도심권의 인구 감소현상이 심각하다. 세수감소와 지역 공동화를 우려한 지자체들은 인구 늘리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경남 창녕군은 내고장 주소갖기 운동과 전출자 복귀운동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인구가 줄고있는 부산영도구도 특목고 등 우수교육기관을 유치하고 영어마을 조성을 추진하는 등 영도구민 머물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 부산 서구청은 연 1. 1% 인구 증가 범 구민 운동에 팔을 걷어붙였다.

새도 날아넘기 힘들다는 새재로 유명한 경북 문경.

90년대 중반에 가은읍의 은성광업소까지 문을 닫으면서 문경의 탄광업은 역사 속에 묻혀가고 있다. 탄광업 전성기 때 16만을 웃돌던 인구가 절반수준인 8만명대로 줄었다.

탄광촌으로 이름높던 문경이 명상 웰빙 타운으로 변신한다. 이미 철길 자전거, KBS 촬영장 등 다양한 관광 및 문화 인프라 확충으로 인구 감소세가 멈칫하고 있다는 것이 문경시 관계자의 얘기다.

특히 발상 자체가 독창적인 명상 웰빙 타운이 문경읍 고요리(10만여평)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 지역 인구감소세를 증가세로 돌릴 수 있는 명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남대 영남발전연구원은 1166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지만 주 5일 근무제와 맞물려 명상웰빙타운은 의외의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 명상과 관련된 산업이 끊임없는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시인들 사이에서 뜨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의 명상웰빙타운 조성을 위해 경북도와 문경시는 2008년까지 공공부문 120억원 등 총 539억원의 사업비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문경 명상 웰빙타운의 핵심은 명상체험센터다. 요가, 명상음악, 참선, 선무도, 태극권 등 각종 명상과 수련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될 전망이어서 ‘느리게 살자’를 기치로 내걸고 등장한 슬로비족(느리지만 더 나은 삶을 살자는 사람들〓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들은 물론 도시 소시민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 타운의 웰빙 클리닉 시설은 한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물리치료, 향기요법, 음악요법, 한방치료, 발마사지, 피부관리 등 한방이나 음악, 향기 등 다양한 치료 방법이 도입된다. 선식, 약떡, 건강차, 유기농 무공해 먹을거리 등 주로 채식위주의 토속음식을 통해 심신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웰빙푸드 시설이 눈길을 끈다. 숲길, 황토산책로, 산림욕장, 인공온천호수 등 주위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이용하는 웰빙 파크도 조성된다.

서원 문경시 문화관광 과장은 “도로교통을 이용할 경우 서울에서 2시간, 대전에서 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15일 중부내륙고속도로 전구간이 완공될 경우 대구에서 1시간안에 문경에 접근할 수 있어 교통접근 측면에서 강점이 크다”며 “특히 주 5일 근무제 시행으로 수도권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지친 사람들이 문경에 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에는 이미 차 명상 문화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등 명상 타운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국차인 연합회 문경다례원(원장 고선희)에서 다도와 차명상 등 교육을 받은 사람만 1000명에 육박한다는 것.

새로 뜨는 산업인 명상 웰빙 분야 뿐만 아니라 귀농하는 사람들도 농촌 공동화를 메우는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경시에서 굽이굽이 비탈진 고개를 몇개넘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상주 화북면의 늘티마을에 닿았다. 이명학(39)씨가 99년 첫 귀농한 뒤 귀농자가 빈집에 속속 유입되면서 이제는 이 동네에 11가구가 살고있다.

이씨는 귀농한 뒤 시골에 살면서 자신의 보일러문제를 해결하려다 이 분야 전문가가 됐다. 그는 농사일이 많지않은 겨울에는 고장난 보일러 수리조차 않고 전기장판 등으로 버티는 노인들의 보일러를 돌봐주는 일이 잦다. 일부 불우한 노인에게는 무료로 보일러를 설치해주거나 수리해준다. 어느 집에 오전에 방문해 밥통, 전화기, 벽시계까지 모두 수리하다보면 깜깜해질 때도 있다는 것.

“이제 자립적 삶이 무엇인가 알 수 있게 됐습니다. 따라서 30년을 살아온 세월을 귀농한 이후 단 1년의 시간과도 맞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전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온 적이 없고 친구가 가니까 대학에 가고, 부모들이 어떻게 됐으면 하는 바람에 맞춰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요.”

귀농운동본부 귀농학교출신인 그는 학부모회 운영위원장으로 시골의 작은 학교인 화북초등학교를 더욱 알찬 학교로 바꾸는데 한 몫하고 있다. 지난 8월 6일부터 8일까지 학부모들이 만드는 여름생태 캠프를 조직하기도 했다. 계곡 환경탐구와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천천히 걷기’, 별자리관찰, 천연염색 등의 행사를 가졌고 인형극 ‘누렁소’라는 공연도 가졌다.

이씨는 시골의 작은 학교가 교사당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는 아이들 하나하나에 맞는 교육을 하기 어렵다는 철학의 소유자다. 직접 학교 수업을 참관한뒤 이씨는 학부모들이 적극적 참여 하는 프로그램을 잇따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이씨의 아이디어로 동네의 귀농인들과 함께 기획해 지난달 27일 2004 귀농인의 날 행사에 올린 ‘난타’는 서민 연희의 창조라고 할 정도로 독특하다. 소방울 등 농기구와 솥뚜껑, 죽비, 요강, 빠루, 망치, 플라스틱통, 다듬이 등 주변의 사물들로 농촌의 하루를 시간대별로 표현했다.

아침에 솥뚜껑을 여는 ‘스르륵 스르륵’소리에서부터 시작해 소 방울 소리, 양재기를 땅땅거려 밥하는 소리를 냈고 저녁 다듬이 소리로 마무리했다.

벼 하나만 해도 줄기, 잎, 모양 등이 다양하듯 사람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야한다는 귀농인들의 자연에 대한 공손한 자세에서 농촌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전국부 차장 jinye@munhwa.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