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사는 언제까지

이번 추석에도 4천만의 민족 대이동이 있었다, 이미 고향산천도 오염되고 인심도 옛날 같지 않지만, 이제는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를 노래할 그곳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찾아갈 사람이 있고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어서 귀성행렬은 이어진다. 아직은 그 끈끈한 유대가 다 하지 않아 귀성행렬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 민족대이동도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요컨대 그렇다. 제사문화라는 것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까? 필자의 일가친척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그렇고 또 주변의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같은 이야긴데, 아마 지금 우리 세대가 제사문화의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지금 제사를 지내고 있는 이 세대들을 마지막으로 제사문화가 끝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 전제 하에 선친들의 유해도 전부 화장을 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점은 말해두고 싶다. 부모가 죽어 없어졌다고 해서 부모-자식 관계 그것들이 죽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들이 나를 낳아주고 길렀다는 그 사실 자체에도 변함이 없다. 내 몸 자체가 부모에 연유하여 생긴 것이고 부모에 연유해서 내가 이 땅에 살아있는 이상, 최소한 내가 죽기 전까지는 이 몸이 죽어 없어지기 전까지 이 땅에서의 부모 자식의 관계는 현실로서 지속된다. 눈앞에 부모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점은 달라질 것이 없다. 그래서 제사란 것은 부자관계의 인연을 잊지 않고 다시 한번 되새기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제사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전통문화가 소멸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부자관계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즉 편의적 망각과 편의적 단절의 경향이 지배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철학적으로 말한다면, 존재의 연속성, 관계성에 대한 인식자체가 그만큼 자기중심적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간명하게는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 부자관계에서도 관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이렇다. 이번 추석기간동안 해외관광을 떠나는 가족들이 넘쳐났는데, 추석기간의 알뜰한 해외관광을 즐기기 위해서 제사를 미리 당겨 지냈다는 가족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내 호텔에서 추석 휴가를 즐기는 가족들이 제사상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조상들이 제삿밥을 얻어먹으려면 당겨진 제사 날짜를 알아서 찾아와야 하고, 또 호텔객실도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자식들의 편의에 따라 제사 날짜도 장소도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제사라는 것이 자식들의 편의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는 그런 경우다. 이러한 변질과정은 제사문화의 종말, 그 전조일 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