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도중 허위이력 의혹 탓 사과
이번엔 주가조작·공천개입 의혹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것은 대선 레이스가 한창인 2021년 12월 17일 이후 두 번째다. 취임이후는 처음이다. 당시는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서였고, 이번 사과는 김 여사 의혹과 명태균 사태, 인사 논란 등과 관련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대국민담화 및 사과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 김 여사 공식활동 자제를 요구했을 때도 “이미 집사람이 많이 지쳐 있고 힘들어한다”고 했다. 이른바 ‘김건희 라인’ 인적쇄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강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입장이 선회한 것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4일 오전까지도 ‘당분간 기자회견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같은 날 오후 추 원내대표의 면담 이후 대통령실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추 원내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소상히 풀고 가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간곡히 설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방 일정이 이어지던 6일에도 틈틈이 참모들과 대면 및 전화 회의를 하며 사과 수위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참모들은 대통령에게 ‘국민들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전향적인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밤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는 방식을 최종 결심하면서 대국민 담화문도 그에 맞게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