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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마지막 콘서트’… 맹목적 팬심만 가득했던 ‘그들만의 무대’

이정우 기자
이정우 기자
  • 입력 2024-05-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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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서 600장 등 7500석 판매
김호중, 2부에서 30분간 6곡 불러
리허설 못해 예정 듀엣곡 취소
팬들, 김호중 연호하며 기립박수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옛 체조경기장)에 모인 7500명의 팬에게 가수 김호중은 구속 기로에 선 ‘뺑소니범’도 ‘음주운전 피의자’도 아닌 빛나는 ‘별’이었다. 그렇지만 무대 위 김호중은 빛날 수 없었다. 관객들의 열광적 환호에 웃을 수 없었고, 주변의 질시를 이겨내고 자신을 만나러 온 팬들에게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김호중의 손짓 하나에 환호했고, 더러는 울먹거렸다. 사과 없이 그들의 무조건적 열광만 남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범인도피방조 등의 혐의로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호중으로선 23일 공연이 자숙 전 ‘마지막 콘서트’. 이에 팬들은 결집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현장판매 대기 줄은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주최 측은 현장판매 600석을 합해 이날 약 7500석이 찼다고 밝혔다. 전체 좌석은 1만 석 규모다. 김호중의 팬덤을 상징하는 ‘보라색’은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았다. 팬덤 내부적으로 이번 공연엔 보라색 옷을 입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연 시작 후 1시간이 지나도 김호중이 등장하지 않자 객석은 어수선해졌다. “호중님 안 나오시나” “안 오면 사고다”란 말이 들렸다.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베를린·빈·뉴욕 필하모닉 단원들이 모인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세계적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무대에 섰지만, 관객들의 조바심을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가리풀리나의 노래 중에 잡담하는 경우도 있었고, ‘넬라 판타지아’ 같은 익숙한 노래가 나오자 흥얼거리는 관객도 있었다.

2부 시작 후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무대 위에 선 김호중을 발견한 것. 빨간색과 검은색이 반반 섞여 있는 셔츠를 입은 김호중은 오케스트라 뒤편 2층 무대에서 등장했다. 비장미 넘치는 표정으로 1분 가까이 객석을 말없이 응시하던 김호중은 이후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김호중이 이탈리아 칸초네 ‘후니쿨리 후니쿨라’를 부를 땐 클래식 공연으로선 이례적으로 ‘떼창’이 벌어졌다. 김호중의 별명 ‘트바로티’의 기원인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즐겨 불렀던 곡이다. 마지막 곡 푸치니의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네순 도르마’)는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김호중은 마지막 고음 구간 ‘빈체로’(승리하리라)를 부를 때 꽉 쥔 오른손 주먹을 치켜올렸고, 관객들은 이날 가장 큰 함성으로 화답했다.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김호중은 무대를 떠났다.

김호중은 총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6곡을 불렀다. 당초 예정된 가리풀리나와의 듀엣곡은 소화하지 않았다. 공연 관계자는 “김호중이 리허설에 참석하지 못해 듀엣곡을 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오케스트라의 앙코르 곡마저 끝나고 단원들이 모두 떠났지만, 대다수의 관객은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했다. 혹여나 김호중이 한 번 더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까 하는 기대와 아쉬움이 묻어났다. 이들은 텅 빈 무대를 바라보며 “김호중!” 세 글자를 한동안 연호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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