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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또 따로’의 심리학

  • 입력 2024-05-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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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만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인간 삶은 자율·연대 이중적
일상서 충돌하는 경우 많아
가정이야말로 가장 첨예한 곳

차이 수용 않으면 갈등만 커져
‘따로·함께’의 방식 허용하며
조화로운 삶의 관계 만들어야


5월은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달이다. 어린이날(5일)과 어버이날(8일)은 지나고 부부의 날(21일)이 다가온다. 가정은 인생의 베이스캠프이며 행복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터전이다. 그런데 가정은 가장 깊은 마음의 상처를 주고받는 불행의 원천이기도 하다. 심리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호소하는 문제는 가족 갈등이다. 부부 간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매일 얼굴을 맞대며 살아가는 가족 간의 갈등은 가장 고통스러운 삶의 문제다.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특히 20∼30대의 비율이 급증한다. 젊은이들이 1인 가구를 이루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부모의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독립하는 경우가 많다. 비혼주의자가 늘어나고, 매년 이혼하는 부부도 10만 쌍이 넘는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외롭게 맞이하는 고독사도 늘어난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괴로워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의 삶은 매우 복잡한 듯하지만, 크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펼쳐진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바칸은 저서 ‘인간 존재의 이중성’에서 인간의 삶은 자율성과 연대성이라는 두 가지의 지향성에 의해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자율성은 독립적이고 유능한 주체적 존재가 되려는 지향성을 의미하고, 연대성은 다른 사람과 따뜻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지향성을 뜻한다. 자율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타인의 간섭과 통제를 혐오하는 반면, 연대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외로움과 따돌림을 두려워한다. 자율성이 강한 사람은 ‘자유’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연대성이 강한 사람은 ‘사랑’이라는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 바칸은 자율성과 연대성을 인생의 빅 투(Big Two)라고 불렀다. 자율성과 연대성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개인의 인생과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혼자 있는 시간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으로 이뤄진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혼자 있으면 외로움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인생의 딜레마 중 하나는 자율성과 연대성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사랑을 위해서는 자유를 희생해야 하고, 자유를 위해서는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랑 없는 자유는 외롭고, 자유 없는 사랑은 괴롭다. 인생에서 겪는 많은 심리적 갈등은 자율성과 연대성이라는 이중적 지향성과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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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은 자율성과 연대성의 갈등이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관계의 장(場)이다. 부모는 어린 자녀를 통제하고, 성장하는 자녀는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독립하는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는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상처를 주고받는 경우가 흔하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심리적 과정을 ‘분리-개별화’라고 지칭한다.

누구나 인생에서 여러 번의 분리-개별화 과정을 겪는다. 두 살 안팎의 아이는 어머니와의 공생관계에서 벗어나 자아를 형성하며 심리적으로 분리된다. 청소년기에는 부모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에 반항하고 가출을 꿈꾸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심리적 세계를 추구한다. 청년기에는 부모를 떠나 가정을 꾸리고, 중년기에는 부모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면서 관계가 분리된다. 부모와 자녀는 적절한 시기가 되면 서로를 놓아줄 수 있어야 한다. 서로를 구속하는 집착적 관계보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함께 또 따로’의 관계가 바람직하다.

입시 지옥과 취업 경쟁의 사회적 상황 속에서 부모의 기대와 간섭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연대성보다 자율성을 추구한다. 부모의 통제적 사랑에 질식할 것 같은 젊은이들이 1인 가구로 독립해 가난한 자유를 추구한다. 연인의 집착적 사랑에 좌절한 젊은이들은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기피하며 외로운 자유를 추구한다. 사랑보다 자유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세대에서는 가족과 결혼의 가치가 저하돼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맛난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때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위로를 주고받을 때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 다른 사람과 즐겁게 지낼 줄 알아야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매달리고 집착하기 때문에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가족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관계 대상이기 때문에 서로의 욕구와 생각이 충돌하는 갈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타협과 절충으로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것이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수용하면서 상대방을 자신의 틀에 맞추려는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 자녀든 배우자든 상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따로’의 삶을 허용하고, 마음이 허전할 때는 애정의 온기를 나누는 ‘함께’의 삶이 필요하다. ‘함께 또 따로’는 자율성과 연대성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관계 방식일 수 있다. 결국, 혼자서는 자유의 편안함을 느끼고 함께는 사랑의 따뜻함을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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