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차 ‘인신매매’ 종합대책
‘사람賣買’에만 한정 짓지 않고
예방·조기발견·맞춤지원 강화

정부가 성매매와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모두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통합 대응에 나선다. 기존 법이 인신매매를 ‘사람 매매(買賣)’에 한정하거나 납치, 감금, 폭행 등 단편적인 결과 위주로 인식하면서 범죄 사각지대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던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책조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1차 인신매매 등 방지 정책 종합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신매매 방지법)’이 기반이 됐다. 이 법에 따르면 성매매,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목적으로 사람을 모집·운송·전달·은닉·인수인계하는 모든 행위는 인신매매로 규정돼 처벌받는다.

이번 종합계획은 그동안 부처별로 추진되던 인신매매 등 예방·피해자 보호와 범죄 대응 정책을 범부처 차원에서 향후 5년간 추진하기 위해 수립됐다. 골자는 인신매매 예방과 교육, 피해자 보호와 지원이다.

정부는 인신매매를 ‘사람 매매’에 한정 짓지 않고 착취 목적·수단·행위 요소를 서로 연관 지어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이를 적극 홍보키로 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라인 등 SNS에서 정보 교류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현장 성공 사례를 책자와 SNS 등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인신매매 담당공무원 등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지원하고, 기업의 인신매매 등 예방과 방지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피해자 상담 전화와 지원 시설을 개설·운영하는 등 피해자 조기 발견과 맞춤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피해자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인신매매 등 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관한 지표(피해자 식별 지표)’ 활용을 확대한다.

인신매매 등 범죄 대응 역량도 강화한다. 인신매매 등 범죄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신속하게 조치하기 위해 수사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피해자의 수사·재판 절차상 권리 보호도 강화한다.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지원 기반도 마련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단위별 지원 시설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중앙단위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중앙피해자권익보호기관’을 설치하고, 각 시도에는 피해자 발생 건수, 정책 수요와 여건을 고려해 ‘지역피해자권익보호기관’을 만들 예정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