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컬러풀 한국회화’ 전에서 기획자들이 취재진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갤러리 아트스페이스3 ‘10주년’
‘컬러풀 한국회화’ 전시회 열어

글·사진=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서구 미술을 받아들여 우리 미술로 체화시킨 후 각자의 개성으로 다채로운 세계를 만들어온 분들입니다.” 심상용 서울대 미대 교수는 ‘컬러풀 한국회화-조화(調和)에서 정화(淨化)까지’ 전에 초대된 작가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전시는 서울 통의동에 있는 갤러리 아트스페이스3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강하진(80), 권순철(79), 박재호(83), 오수환(77), 이강소(80), 이봉열(86), 최상철(77) 등 원로들과 고 하동철(1942∼2006)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1937년 생인 이봉열 작가를 제외하고 나머지 7명이 1940년대 생이다. 해방 전후 출생한 이들은 1960년대에 유럽 앵포르멜(Informel)의 추상표현주의 세례를 받았고, 그것을 나름대로 소화해 1980년대 이후 자기만의 미학을 창조해냈다.

최상철 작가의 요청으로 이번 전시 기획을 한 심 교수는 “8명의 거장을 한 자리에 모시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그는 “한국 추상미술의 간판이 단색화라는 인식, 1980년대는 민중 미술의 시대라는 범주화 등이 얼마나 단순하고 위험한 것인지 이분들의 작품이 알려준다”고 했다. 전시 제목에 ‘컬러풀’을 넣은 것처럼 8인의 작가는 다양한 색감의 작품으로 한국미술을 풍성하게 해 줬다는 것이다. 당대의 현실과 조화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초월해서 관념적 정화에 이르는 작품들을 생산해냈다.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면 심 교수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강하진은 캔버스 위에 점을 찍고 지우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자연에 내재하는 율동감을 찾았고, 하동철은 빛의 탐구를 통해 한국인의 감성 밑바닥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냈다. 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색과 빛의 출처’라는 주제로 묶였다. ‘감각의 필터들’에 속한 이봉열은 비움과 절제의 화면을 구축해왔는데, 이번에 고향의 목화밭을 연상시키는 마티에르(질감)가 강한 신작을 내놨다. 월남 실향민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이다. 박재호는 서정성이 짙은 추상화의 독자적 경지를 보여준다. 심 교수는 “평생 개인전을 4번밖에 하지 않은 작가여서 덜 알려져 있지만, 한국 미술의 다양성에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물감 묻힌 돌을 1000여 번 굴려서 그 흔적을 남기는 최상철과 서예를 회화 작업에 들여온 오수환은 ‘명상과 수행의 긴장’에 함께 자리한다. 이강소와 권순철은 ‘미(美)의 벡터로서 붓터치’이다. 이강소는 다색의 층위에서 기운생동을 느끼게 하는 신작을 보여주고, 권순철은 당대 역사의 소용돌이를 붙잡는 예술혼을 느끼게 한다. 전시는 4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