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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AI 진화의 역설’… 한글 모르는데, 한국번역상 탔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기자
  • 입력 2023-02-08 11:10
  • 수정 2023-02-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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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日주부, 2022년 신인상
‘파파고’로 인기웹툰 초벌번역
어색한 표현 등 고친 뒤 공모
전문가 “기술발전 못따라가는
인간 시스템의 한계 노출시켜”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일본인이 인공지능(AI) 번역기의 도움으로 국내 권위의 문학상을 받는 이변이 벌어졌다.

한글을 겨우 익혔을 뿐 한글로 읽고 쓰고 말하기를 전혀 못하는 일본 오카야마(岡山) 현의 40대 주부 마쓰스에 유키코 씨는 네이버 AI 기반 번역기 ‘파파고’로 국내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 가게’를 일본어로 번역했다. 마쓰스에 씨는 그 결과물로 지난 12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2022 한국문학번역상 웹툰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문화일보가 취재하면서 번역원과 심사위원들도 뒤늦게 알게 된 이 이변은 각 분야에서 AI라는 새 기술이 등장하는 과도기에 일어날 만한 ‘상징적’ 사건으로 챗 GPT를 필두로 AI와 그 결과물에 대한 사회· 윤리적 기준 마련과 기계와 인간의 공동작업에 대한 다양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쓰스에 씨는 파파고 이미지 번역 기능을 이용해 웹툰 전체를 읽는 ‘초벌 번역’하고, 이를 컴퓨터에 입력해 전문 용어를 확인하고 어색한 표현 등을 고쳤다고 밝혔다. 이른바 ‘포스트 에디팅’(post editing·기계 번역 후 사람이 직접 하는 수정과 편집)이다.

만화 마니아인 마쓰스에 씨는 “그림 덕에 이야기 속도나 분위기 파악은 어렵지 않았다”면서 “가독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의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심사를 한 오영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한일과 교수는 “심사위원 만장일치 작품이었다. 초심자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오 교수는 “심사를 하다 보면 응모작들에서 기계 번역 흔적이 많이 보이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며 “대사처리도 생생해 가장 재밌게 읽었다”고 평했다.

이에 과학기술 연구자 임소연 동아대 교수는 “포스트 에디팅뿐 아니라 전 영역에 걸쳐 기계와의 협업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고 했다. 기술문화 연구자 오영진은 “번역가들이 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막을 이유도 없다”면서 “이제 개개인의 ‘외국어 능력’을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규정했다.

김유빈 명지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사례에 대해 “AI의 긍정적, 부정적 기능을 모두 드러낸다”면서 “AI를 활용해 개인의 부가가치를 효율적으로 높인 행위와 함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인간 시스템의 한계도 보여준다”고 했다. AI와의 공동 창작물에 대한 평가 시스템 기준의 부재를 지적한 것이다. 김 교수는 “챗GPT가 촉발한 문제들을 곱씹게 한다. AI 발달로 인한 사회문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처지와 셀지는 최근 논문에 생성 AI를 활용해도 되지만 AI를 논문 공동 저자로 인정하진 않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사이언스지는 아예 생성 AI를 활용한 논문을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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