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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선민우(39)·문가을(여·35) 부부

2011년 대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저(가을)는 휴학하고 스포츠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을 하게 됐죠. 남편은 그 회사에서 인턴을 마치고 막 정직원이 된 선배였습니다. 다른 팀이지만 협업할 일이 많았는데요. 남편은 과묵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어요. 어색함을 참지 못하는 저는 “선배님, 다리가 정말 기시네요. 선배님 허리가 제 갈비뼈에 있는 것 같아요!”라면서 농담도 건네봤지만, 남편은 무응답이었어요. 민망해서 저도 더는 다가가지 못했죠.

3년 뒤 저는 광고대행사에 취직했어요. 오랜만에 친한 선배를 만났는데 그 자리에 남편이 있었어요. 저는 불편한 술자리를 하게 돼 달갑지만은 않았어요. 남편 역시 저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는데….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삶의 가치관, 결혼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때 저랑 결혼하고 싶다고 생각했대요. 저는 그날 과음한 탓에 기억이 안 났죠. 혹시 실수라도 했을까 봐 남편에게 연락해봤어요.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썸을 타게 됐습니다. 주말마다 데이트했어요. 데이트를 한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 남편이 사귀자고 했고요. 그땐 거절했어요. 데이트하면 늘 저만 말하고 남편은 별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거든요. 사귀기엔 남편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죠. 이후 몇 주 동안 남편은 자기 이야기를 일부러 많이 해주더라고요. 그 사춘기 소년 같은 모습에 제 맘도 열렸습니다. 그렇게 2년간 연애하고 2016년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INFJ(내향적이고 감정적인 MBTI 유형) 남편은 늘 제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제가 본인을 느리고 답답하고 생각할 것 같대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늘 제 편이 되어주는 남편이 매우 고맙습니다.

결혼하면 닮는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아요. 서로 얼굴 보며 울고 웃을 일이 많아 그런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부부가 되자. 우리 가족 셋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