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최병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업운영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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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충북 옥천군에서 전기 울타리 감전으로 인해 부녀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피해자가 전문 시공업체에 맡기지 않고 임의로 시공해 사용하다 일어난 사고였다. 사용 전압이나 규격 전선 등 시공 과정에 있어 적법한 규정을 지켰더라면 안타까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제도가 감싸 안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함을 일깨웠다.

실제로 많은 농촌 지역에서 멧돼지와 노루 등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이를 예방하거나 사육 중인 가축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시도 자치단체에 등록된 전기 울타리 시설은 대략 1만3000여 개로 파악된다. 그러나 수확기인 7월에서 9월을 전후해 일부 농민들이 임의로 설치하는 경우도 많아 미등록 시설을 포함하면 정확한 실태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설치 기준에 따라 시공되고 안전하게 사용한다면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임의 시공과 변용이다. 비전문가에게 시공을 맡기거나 전용차단기, 전원변환기 등 안전장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농작물 판매 수익보다 설치 유지 비용이 더 커 경제성이 없다고 여기는 까닭이다. 이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임의로 전기 울타리 설치나 철거를 반복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사고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이미 환경부가 관련 고시(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비용 지원 및 피해보상 기준·방법 등에 관한 세부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평균 500만 원 안팎의 전기 울타리 설치비용 일부(약 60%)를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지원 예산의 한계로 신청농가 모두가 혜택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영세한 농가 입장에선 스스로 충당해야 할 비용 부담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시공의 유혹에 휩쓸리기 쉽다.

시설 시공에 관한 규정도 있다. 울타리의 전선 규격과 현장 조작 개폐기, 위험표시, 접지 및 전원장치 등의 시설기준이 한국전기설비규정(KEC) 등에 이미 명시되어 있는 터다. 문제는 울타리 시설물의 주요 핵심인 전원장치 등이 시공 후에 임의로 철거돼 220볼트 전압으로 직접 사용하는 불법 사례들이 있어도 이를 적발할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얼마 전 전기안전공사가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도 165개 전기 울타리 시설 가운데 8곳이 고위험 시설로 판정돼 현장에서 즉각적인 개선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더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이제라도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기 울타리 시공 후 사용 전에 준공검사를 꼭 받도록 하고, 허가 후에도 매년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시설의 변용이나 안전장치 철거와 같은 불법·편법 행위가 없도록 해야 한다. 안전에 관한 한 체계적이고 엄격한 규정은 제약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