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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워인터뷰 -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농민 대통령요? 누가 그런 말 하면 꺼내지도 못하게 합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에게 곧잘 나오는 ‘농협중앙회장 = 농민 대통령’이란 비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몸이 들썩일 정도로 손사래를 치며 정색했다.

“내가 농민조직 수장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럼 농민들 처지에서 생각해야지, 군림하면 안 되잖아요?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건 농민, 정부, 국회 등과 가교 역할, 심부름을 하라고 주어졌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앞서간 농협중앙회장들과는 확실히 다른 면모가 엿보였다. 유통 개혁에 주저하고 반발하는 이들을 모두 설득했다는 능변(能辯)이다. 업무에 있어서는 서릿발처럼 시비를 가리지만, 평소에는 웃음을 잃지 않고 농담을 즐겨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용병술을 지녔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지만 매일 1만 보 이상 걷고, 헬스를 1시간 30분 이상 빼놓지 않는단다. 지금도 30년째 같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엄격하다.

“제가 조합장을 한 낙생농협이 1971년에야 전기가 들어왔어요. 농협에 입사해서도 촛불, 호롱불을 켜고 근무했을 정도니까요. 어려서부터 써레질, 쟁기질 등 해보지 않은 농사일이 없습니다. 아버지 등쌀에 하지 않을 수도 없었고요.(웃음) 근면하신 아버지는 그 덕분에 해마다 땅을 200∼300평씩 사셨어요.”

농업·농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저력은 농협중앙회 61년 역사상 최초의 경기권 출신 중앙회장 당선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의 협동조합 국제기구인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회장 선거에서는 인도의 현역 4선 국회의원이자, 두 차례 장관을 지낸 유력 후보를 제쳐 기염을 토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로 펼치지 못한 ICAO 회장으로서의 비전과 포부를 더 큰 열정, 의지로 실천하고 싶다”며 “농·축협 조합장 선거 참여권을 강화할 수 있는 농협중앙회장 직선제를 선거 과정에서 2호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도입된 게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 출생 △효성고, 장안대학 세무회계학과 △낙생농협 전무, 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 감사위원장△제24대 농협중앙회 회장 당선 △농민신문사 대표이사 회장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 회장 △프랑스농업공로훈장 수훈

박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