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농촌의 소멸을 막고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청년농 육성을 통한 젊은 인력 유입, 디지털 농업 도입, 농업소득 개선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호웅 기자

■ 파워인터뷰 - ‘61주년’ 농협중앙회 이성희 회장

유통자회사 4곳 하나로 통합
8개 달하던 김치공장도 합쳐
조직슬림화통해 생산성 제고

작년 대체작물 직불금 없애자
쌀 재배 다시 늘며 가격 하락
콩·밀 등에도 예산 배정해야

취임후 제일 먼저 부채 파악
방만경영 개선·빚 상환 총력

인터뷰=이민종 산업부장

공급과잉, 식습관의 서구화, 1인 가구의 증가, “고기보다 쌀을 덜 먹는다”는 소비 부진 풍조까지 가세하면서 산지 쌀값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20㎏당 쌀값은 4만725원으로 1년 전보다 24.9% 하락했다. 1977년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후 45년 만의 대폭락이다. 정부는 급기야 1조 원을 들여 긴급 수매를 결정했다. 45만t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해 쌀값을 떠받치겠다는 취지다. 쌀값뿐이 아니다. 눈을 돌리면, 농가인구는 감소하고 고령화율은 높아지면서 농촌마다 예외 없이 활력 부재 현상에 노출돼 있다. 2010년 306만 명이던 농가인구는 지난해 221만5000명으로 27.7%나 줄었다. 대신 고령화율은 같은 기간 31.8%에서 46.8%로 15.0% 급증했다. 농촌 소멸의 위기감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실정이다. 이러다 식량 주권까지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게 당면한 농정당국, 농업계에 떨어진 발등의 불이다. 농업 흥 및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최대 규모의 협동조합 조직으로 자산 400조 원, 조합원 220만 명을 둔 농협에 쏠리는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진다. 문화일보가 올해로 창립 61주년을 맞은 농협중앙회의 이성희 회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배경이다.

농협중앙회장은 28개에 달하는 농협중앙회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 실익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극대화할지 고심하고 뛸수록, 농업·농촌에 미치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커질 수 있는 자리임을 엿보게 한다. 수해, 태풍 피해까지 가세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 현장을 찾아 농업인을 위로하고 피해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이 회장을 지난 16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본관 집무실에서 어렵게 만났다. 중앙회 관계자는 “(이 회장이 2020년 1월 31일) 취임 후 진행한 현장 경영 거리를 셈해 보니 2년간 서울과 부산을 115회 왕복할 수 있는 10만㎞”라고 했다.

농협중앙회는 과거 시위 대응 등으로 인해 삼엄하면서도 과도한 경비로 권위적 분위기까지 풍기곤 했지만 이제는 비교적 부드럽게 바뀌어 있었다. 이 회장은 “과거에 그랬는지 몰라도 이제는 농민단체에서 절대로 위압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농업·농촌의 난제와 개선방안, 유통개혁, 농가 소득보전 방안 등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경영 방침에 대해 막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영농현장에 로봇을 개발해 투입하기 위한 이 회장만의 새로운 ‘영농 비기(秘器)’도 포함돼 있었다.

―쌀값이 관심사다. 농정당국 외에 농협 차원의 수급 안정 대책은 무엇인지.

“쌀 소비부진으로 농가, 농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은 원래 최대 규모의 벼 매입 주체다. 수확기 전체 생산량의 40∼50% 수준을 사들여 왔다. 올해는 우선 정부의 시장 격리 조치와 별도로 특별예산 410억 원, 무이자 자금 300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쌀 산업 안정을 위한 특별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수확기 쌀 수매 기간에는 우선 지급금을 주고 정부대책과 최종 생산량 등을 고려해 연도 말에 최종 매입가격을 확정, 차액을 지급하는 사후정산제를 추진해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쌀 소비 확대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과 18건의 업무협약을 맺었고 86억 원을 들여 쌀 사은품을 제작, 공급했다. 임직원들의 쌀 소비촉진 운동도 전개하고 있는데 목표는 90억 원이다.”

―쌀값 안정을 위한 근본 대책이 있다면.

“최근 3년간 쌀값은 좋았다. 그런데 작년에 대체작물에 대해 직불금을 주지 않자, 쌀 재배면적이 다시 늘었다. 쌀 생산량은 늘고 소비량은 줄어드니 쌀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수입 비중이 큰 콩, 조 사료, 밀 같은 대체작물을 늘려야 한다. 대체작물을 늘리면 우유 등 가공식품과 소비자가격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쌀 재배면적 5만㏊를 줄이면 생산량 25만t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체작물을 늘리고 쌀값도 방어하려면 직불금을 늘려야 한다. 정부도 직불금 예산을 최대 5조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내년도 직불금 예산 배정 과정에서 다른 작물 재배 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원활치 못해 농촌의 인력부족 현상이 더 심해졌다. 농촌을 다녀 보니 80대 어르신도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일당 10만∼15만 원을 받더라.

“관계부처에 외국인 근로자 배정 인원을 건의해 지난해 4440명에서 올해는 9938명으로 늘렸다. 취업교육시설도 최대한 활용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지난해 211개에서 올해 8월 기준으로 261개로 확대하고, 도시의 유휴인력을 품목별 인력수요 집중 지역으로 공급하는 ‘체류형 영농작업반’ 16개를 새롭게 가동 중이다. 특히 계절근로자를 고용해 농가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을 전북 무주군 무주농협 등 4개소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역시 내년에 더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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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생산성, 기존의 4~5배… ‘청년 부농’ 꿈 이루게 전폭지원”

기기 통해 온도·습도 자동조절
딸기농가 1983㎡서 1억 매출
디지털농업 보급 땐 청년 유입
농사준비·유통 등 원스톱 지원

농업용 로봇 개발해 싸게 보급
만성 일손부족 해결 도움 줄 것
올 외국인노동자 배정도 2배로

2년간 10만㎞ 뛰며 현장경영
서울∼부산 115회 왕복 거리

―농촌 활력,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

“농협 관계자들에게 수시로 당부하고 강조하는 게 있다. 농촌, 농민이 없으면 농협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농협은 농민 조합원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47년이면 농촌 인구의 67%가 소멸한다고 한다. 이를 늦추고 더 강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농촌, 농민을 지원할 방안이 무엇인지 찾고자 한다. 그래서 농·축협 조합장 138명이 참석한 가운데 ‘100년 농촌’을 유지하는 데 농협이 앞장서자고 선포했다. 100년 농촌을 지속하기 위한 농협의 역할이 무엇인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농 육성도 이런 배경 아래 추진되고 있나.

“농촌 활력화,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 농업인 인재 육성이 필수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10년만 있으면 65세 이상 인구가 70% 이상이 될 텐데 누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겠나. 기존에 운영 중이던 센터를 지난해부터 ‘창업농지원센터’로 바꿔, 창농이나 창업 의지가 있는 청년을 뽑아 교육하고 영농정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경기 안성에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열어 40세 미만의 청년 농업인을 매년 100명씩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6개 기수에, 364명이 마쳤다. 53%가량이 귀농한다. 귀농 인력은 큰 자본금을 들이지 않고도 융자로 농지구매나 임대, 스마트팜 영농 시설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이들이 정착하면 식량 자급률이 올라가고 농촌 소멸률은 떨어질 것이다. 귀농정책을 힘닿는 한 펴야 하는 이유다.”

―젊은 인력이 유입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 스마트팜 정책을 강조해 왔는데.

“스마트농업 확산 등 디지털 혁신에 범 농협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소,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정착을 기대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든 업무가 스마트화된 상황인데 농업·농촌도 하루빨리 스마트농법을 도입해 농민들이 힘을 덜 들이고 안정된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5월에 보급형 스마트팜 플랫폼으로 농사준비에서 판로, 사후관리까지 제공하는 스마트팜 통합지원 솔루션인 ‘NH-OCTO(옥토(沃土)·비옥한 땅)’를 개발해 구축에 들어갔다. 농사 준비부터 농사 시작, 판매·유통, 경영지원까지 4대 맞춤형 지원이 골자다. 쉽게 스마트팜, 영농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경작 및 기술교육의 거점인 스마트농업지원센터 ‘옥토팜’도 조성할 계획이다. 옥토팜은 앞으로 농업의 스마트화를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이 회장은 스마트화를 농업·농촌에만 적용하려 한 게 아님을 강조했다. 안으로부터의 변화부터 주문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농협이 농업·농촌, 농민을 위해 봉사하려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에서 농협을 ‘꼰대 조직’이라고 하는데 젊은 조직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해 경제, 금융, 계열사별로 대화의 시간을 계속 갖고 조직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방향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태의연함을 벗기 위해서는 조직의 디지털화 역시 급선무라고 생각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올해부터 구축한 ‘농·축협 임직원 업무 생산성 증대’를 위한 ‘RPA포털’은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로봇이다. 이 회장이 농협, 농업현장에서 동시에 디지털화, 스마트화를 추진해온 셈이다.

―스마트팜은 어떻게 보급되고 있나.

“지난 8월에 내·외부 전문가로 ‘스마트팜 컨설팅지원단’을 꾸렸다. 컨설팅 대상으로 선정된 농가에 대해서는 준비단계, 운영, 판매까지 컨설팅해 농가에 결과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중소, 청년농 부담을 낮추기 위해 초기 투자 비용은 최소화하고 농작업의 편리성을 살린 보급형 모델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둬 준스마트팜형, 단동형, 연동형, 식물공장형 등 모두 11개의 보급형 스마트팜 표준모델을 만들었다. 스마트팜 기자재는 국가 표준 인증제품 등 표준화·규격화가 가능한 품목을 중심으로 농협 자재판매장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축산분야도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스마트 목장관리 플랫폼인 NH하나로목장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지난 6월 출시했다. 두 달 만에 전국 한우 농가 3000호가 가입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키우는 축우 현황, 이력을 자동으로 불러와 농장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CCTV 등 ICT 장비와도 연동할 수 있어 노동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유전체 분석, 계획교배 정보 제공 등도 개발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축산부문에 더 확대 적용하고 접목해 보급할 계획이다. 축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고 농가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팜 생산성은 어느 정도나 높아지는지.

“재래식 농법보다 생산성이 4∼5배가량 높다. 재래식 농법 생산량이 10㎏이라면 스마트팜은 40∼50㎏까지 가능하다. 당연히 소득이 늘어난다. 취임 후에 강원 홍천의 스마트팜 딸기 농가를 방문했는데 1983㎡(약 600평)에서 연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다. 3305㎡(약 1000평)면 4억∼5억 원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농업, 농촌을 살리려면 결국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업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자동화 기기이기 때문에 힘도 별로 들지 않고 수분, 온도, 습기 등이 자동 조절된다. 한 가지 문제는 파종과 수확기에는 어쩔 수 없이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용 로봇을 개발해 싸게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 자금조달 방안, 업체선정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최대한 단가를 낮춰 공급하면 일손 부족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스마트농법과 함께 가장 중점을 둔 게 유통개혁으로 알고 있다.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올바른 유통위원회’를 출범하고 모두 59개에 달하는 농축산물 유통혁신과제 추진에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선 농협유통, 충북유통, 부경유통, 대전유통 등 유통자회사 4개를 지난해 11월 농협유통 하나로 통합했다. 조직 슬림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농민과 소비자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또 올해 4월에는 김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역 농협이 운영하는 전국 8개 김치 가공공장을 통합해 ‘한국농협김치조공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스마트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미곡종합처리장(RPC) 개발, 스마트 농기계 보급, 온라인 채널 강화, 하나로마트 매장에 농산물 등을 30% 안팎으로 할인 공급하는 ‘살맛 나는 가격’ 행사, 농자재 공급망 확대를 통한 원자재 가격 상승 대응 등 유통단계별로 그야말로 숙원이었던 과제들을 하나씩 해소했다.”

―앞으로의 유통혁신 과제는. 어떤 성과를 기대하고 있나.

“올해가 유통혁신 3년 차다. 올해는 농업인에게 농작업 대행과 밭작물 농기계화 확대, 영농자재 경쟁입찰 강화를 통해 농자재 가격 안정과 농가 영농비 절감을 도모하고, 소비자에게는 온라인과 근린생활 중심의 다각적인 유통경로를 발굴, 개척해 농산물 구매의 편의성을 높이도록 하겠다. 축산물 도소매 유통역량도 높이는 한편, 농협 계통매장 통합 구매 물량을 늘려 최적의 축산물 유통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스마트 농법이 전 농민에게 뿌리내리려면 유통 개혁이 제대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 개혁은 조합장들에게 내건 공약이기도 해서 더 신경을 쓰고 고삐를 죄고 있다.”

―김치통합법인 출범과 김치산업 경쟁력 강화 노력이 화제인데.

“코로나로 식품안전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김치산업 경쟁력을 높이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이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김치 공장 통합은 정부가 10년 전부터 하고 싶던 과제지만 지연됐다. 최고 품질의 위생적이고 안전한 김치를 농협이 제공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해외 진출과 수출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이름도 ‘한국농협김치’로 정했다. 농협 김치는 모든 재료가 100% 이 땅에서 자란 국산농산물이다. 소포장 및 온라인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올해는 9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정했는데, 8월 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16% 늘어난 507억 원을 이미 달성했다. 통합 5년 차인 2026년에는 1300억 원의 매출을 거둘 계획이다. 수출도 일본, 동남아, 미국 등으로 저변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농·축협 사고 예방을 위한 복안은.

“농협중앙회가 2년마다 1회 이상 농·축협의 재산, 업무집행상황을 감사하고 있는데도 불구, 올해도 지역 농협에서 크고 작은 사고 몇 건이 발생했다. 굉장히 가슴 아프다. 해당 조합장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재발방지를 위해 세부 지침을 만들어 이행토록 하고, 위반 시 관리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겠다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지역 조합장들이 상임이사, 전무에게 모든 업무를 맡기지 말고 재고, 연체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국정감사 때면 농협의 방만 경영 논란이 오르내리곤 한다. 취임 후 이를 차단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취임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게 농협 부채 규모를 파악해 보고 상환 계획을 따져 본 거였다. 2018년 기준으로 농협 부채가 13조5000억 원으로 파악됐다. 빚이 늘면 중앙회를 팔고 파산할 것인지 되묻고 성실히 갚자고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취임 후 지금까지 3400억 원을 갚았다. 과거에 보니 중장기 건전 경영계획보다는 빚 쓰는 법만 생각한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만한 경영을 없애고 부채를 감축하는 데 무엇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젊은 직원들이 ‘부채가 계속 늘어 조마조마했는데 조직이 건실해진다’며 고마워하더라.”

이 회장에게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둘 과제를 물었다. 쌀값 안정을 위한 직불금 확대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농·축협과 기업 간 결연을 통한 상호 교류사업인 ‘도농사(社)랑’ 운동, 고향사랑기부제 정착, 디지털 영농종합플랫폼인 ‘오늘 농사’ 고도화 방침, 농가 생산비 절감을 위한 영농비용 지원과 금융부담 완화를 꼽았다. 그는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농민들이 원하는 만큼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중앙회에서 모든 것을 맡을 수는 없지만, 지역 농협과 농민들이 손발을 잘 맞춘다면 농업소득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결코 쉽지 않지만,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고 농민들이 농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결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