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

이미지 크게보기 게티이미지뱅크

독자 고민

70대인 부모님이 현재 살고 계시는 집 말고 아파트가 따로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요. 최근에 남동생에게 그 집을 증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이미 집을 샀고, 남동생은 저보다 더 못 살고 있다는 이유로 이해하라고 하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동생이 가난한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오히려 수입이 더 많은 우리 집보다 흥청망청 쓰고 있어서 저축을 못했을 뿐이죠. 둘 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상황도 비슷하고요. 부모님이 아플 때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있을 때는 제가 다 모시고 다니고 왕래도 더 자주 했습니다.

농경사회에서 제사를 지내던 시대도 아니고 제가 딸이라서 더 하지 않은 것도 없고요. 부모님께 뭔가를 바라면서 잘한 것은 아니지만 막상 이렇게 돼버리니까 너무 속상합니다.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어렸을 적부터 딸이라고 차별받았던 상황까지 전부 떠올라서 눈물 나고 힘듭니다.

숨기지 말고 의견 표현하길… 말하지 않으면 속상함 몰라줘

솔루션

많은 가정에서 자녀를 차별하면서, 막상 자녀의 우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리화를 합니다. 부모님께서 아예 재산이 없는 경우와 달리 차별적으로 줬을 경우에는 당연히 화가 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하셨는데, 사실 그 누구라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모님과 왕래를 많이 하고 뒤치다꺼리를 한 걸 보면 효녀여서 아마 재산 때문에 부모님을 미워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께 화가 나거나 미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마 아들의 부양 의무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가지고 증여했을 텐데요.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독립한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인 것을 베풀 때 돌아오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 부모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로 증여를 하는 것조차도 사실 부모님 삶에 긍정적인 결과로 돌아오기 어려울 텐데, 거기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이해 안 되는 것을 자꾸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면 개인이 믿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간의 차이로 인해 불편해집니다. 이것을 ‘인지부조화’라고 합니다. 억지로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단순하게, 나의 부모와 형제에게 속상한 마음을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크게보기

말하지 않으면 이게 얼마나 서운한 일인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님이 재산을 증여하는 것은 부모님의 마음이지만, 적어도 미리 딸에게 동의를 구했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의속상함을 친정 식구들에게 문제 제기하거나 의견 표현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