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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별 몇 개와 수백만 명 목숨 바꿨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 없어” … ‘주한미군 철수 반대’ 싱글러브 장

김남석 기자
김남석 기자
  • 입력 2022-08-20 05:58
  • 수정 2022-08-2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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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19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고 존 싱글러브 장군의 안장식에서 의장대원들이 고인의 관을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다.



1977년 카터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계획 밝히자 “반드시 전쟁 난다” 반대했다 강제 전역당해
한국전쟁 때는 철의 삼각지대 김화지구 전투에서 대대장으로 중국군과 맞서 싸워
윤 대통령, 조전 통해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할 것 … 한미동맹도 더 굳건히 지켜나갈 것”


글·사진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지난 19일 정오 무렵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 한 켠의 묘역. 성조기에 둘러싸인 한국전쟁 참전영웅 고(故) 존 싱글러브(John K. Singlaub·1921~2022) 전 유엔군사령부 참모장의 관이 6마리 말이 끄는 마차에 실려 도착하자 8월의 뜨거운 햇살 속에서도 미 전역에서 모인 100여 명의 조문객이 숙연하게 고인을 맞았다. 싱글러브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예포에 이어 관악대 조곡이 묘역에 장엄하게 울려 퍼졌고 이후 의장대원이 관을 감쌌던 성조기를 고이 접어 미망인 조앤 래퍼티 여사에게 전달했다. 고인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안장식 행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전장에서 그와 전우애를 나눴던 몇몇 퇴역 노병들이 눈시울을 붉힌 채 거수경례를 했고, 조문객 일부는 소리죽여 흐느꼈다. 휠체어를 타고 이날 행사에 참석한 래퍼티 여사는 앞서 열린 추도식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그는 한국을 정말 사랑했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했다”며 “그를 기억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싱글러브 장군은 1939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를 중퇴하고 군에 입대해 이후 전략사무국(OSS) 소속으로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나치 점령지에서 레지스탕스를 훈련하고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에 억류된 연합군 포로를 구출하는 특수작전에 참여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였던 철의 삼각지대 김화지대 전투에서 중국군과의 전투에서 대대장으로 맹활약했다. 베트남전에서는 북베트남군이 보급로로 활용했던 라오스·캄보디아의 호찌민 루트에 잠복해 침투하는 적군을 매복 공격해 ‘전설의 특수전 전사’로 불리기도 했다. 전역 후에는 공산주의 정권과 싸우는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하기도 했던 싱글러브 장군은 올해 1월 29일 테네시주 자택에서 100세의 일기로 별세했고 7개월만인 이날 국립묘지 안장식이 거행됐다.

이미지 크게보기 19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고 존 싱글러브 장군의 안장식에서 의장대원이 관을 덮었던 성조기를 고인의 미망인인 조앤 래퍼티(앞줄 왼쪽 두번째) 여사에게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싱글러브 장군은 유엔사 참모장을 역임하던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결정에 정면으로 반대했다 35년간의 군 생활을 뒤로하고 전역당했다.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3만2000명을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군한다고 밝혔는데 당시 소장이었던 싱글러브 장군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를 통해 “미군이 철군하면 반드시 1950년과 마찬가지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공개 반대했다. 인터뷰를 접하고 격노한 카터 대통령은 싱글러브 장군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였고, 그는 이후 한국으로 귀임하지 못하고 조지아주 포트 맥퍼슨의 육군사령부 참모장으로 보직 변경돼 근무하다 이듬해 결국 전역당했다. 그의 반대가 계기가 돼 주한미군 철수 계획은 결국 백지화됐다. 싱글러브 장군은 전역 후 한참 시간이 흐른 뒤 한 관계자가 “당시 주한미군 철수계획을 반대하지 않았다면 별 몇 개를 더 달 수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하자 “내 별 몇 개를 (한국인) 수백만 명의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안장식에 앞서 열린 추도식에서 조태용 주미한국대사가 대독한 조전을 통해 “자신의 진급과 명예보다 대한민국 국민을 전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군인으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는 장군의 말씀이 아직도 한국 국민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 있다”며 “대한민국은 장군과 같은 위대한 영웅들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다. 영웅들의 헌신 위에 세워진 한미동맹도 더욱 굳건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종섭 국방장관도 “싱글러브 장군의 확고한 신념 덕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 바로 그 평화로 인해 가능해진 번영 속에 살고 있는 한국 국민은 장군의 위대한 헌신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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