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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의 시론]

‘월북몰이 공작’ 빙산의 일각 아닌가

기사입력 | 2022-07-04 11:14

김종호 논설고문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책임”
강조한 文 전 대통령 선택적 행동
결국 북한군에 공무원 살해당해

실종자 확인 즉시 경고만 했어도
함부로 만행 저지르지 못했을 것
이제는 국민 수긍할 대답 내놔야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면, 즉각 구조에 나서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재임 중에 “국민 생명과 안전은 국가의 무한책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2017년 12월 3일 서해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낚싯배 전복 사고가 일어난 다음 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 직전에 가지며 한 말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사고를 막지 못한 것과 구조하지 못한 것은 결국 국가 책임”이라고 했다. 사고 발생 49분 만인 오전 7시 1분 위기관리비서관의 1차 보고를 받은 자리에선 “해양경찰청 현장 책임자 지휘하에 해경·해군과 민간 어선이 합심해 구조작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랬던 문 전 대통령이 북한군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때는 전혀 달랐다. 그 전말(顚末)은 국민의 생명 보호마저 선택적이었던 것으로도 의심하게 한다. 국방부와 해경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단정했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국방부·해경 모두 “월북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뒤집어 밝혔다. 문 정부의 ‘월북(越北) 몰이 공작’ 의혹이 사실로 확정된다면, 반역(叛逆)과 다름없다. 국민의힘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국방부·해경 등을 방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군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발견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오후 6시 36분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오후 9시 40분 이 씨가 사살당하기까지 아무런 구조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3일 새벽에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 시간에는 잠을 잤고, 다음 날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불참한 채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공무원 피살 6일 후인 그달 28일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고 했었지만, 국민의힘 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최근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국방부가 확인해준 당시 가용(可用) 대북 채널은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판문점 채널이었다. 이 씨 피살 직후에 이 채널로 국방부가 대북 통지문을 발송한 사실도 있다”고 했다. “정부 각 부처가 월북 몰이를 주도한 증거 자료를 확인했다. 그해 9월 24일 국가안보실에서 외교부와 재외공관 전체에 뿌리라고 내린 지침서에 ‘극단적 선택 가능성보다 월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리라’고도 했다. 저희 눈으로 다 확인했다”고 했다. “정부와 군이 잘 대처했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는 것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드러났다”고 했다. 김진형 전 해군 군수사령관이 “정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실종자 확인 즉시 인근 해상으로 함정을 보내 북측에 경고만 했더라도, 절대로 함부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하거나 불태우는 만행을 저지를 순 없었을 것”이라고 개탄한 배경도 다르지 않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대북 환상(幻想)에 집착했다. ‘김정은 떠받들기’도 노골화했다. 부산의 한국·아세안 정상회의 초청장을 북한 김정은에게 보낸 당일 탈북·귀순 어부들의 강제 북송 통지도 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의 ‘5월 1일 경기장’에 동원된 북한 주민 15만 명과 김정은 앞에서 한 연설도 대표적이다. “남쪽 대통령”을 자처하며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봤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봤다”고 했다.

‘월북 몰이’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인 고인의 친형 이래진 씨는 지난 1일 “국군통수권자와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린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는 것이 마땅하나,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공개를 막은 관련 자료에 대해) 스스로 봉인 해제하기를 오는 14일까지 기다리겠다. 조만간 양산에 가서 1인 시위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제는 유족과 국민이 수긍할 대답을 내놔야 한다. 침묵이나 구차한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밖에 더 불거질 수 있는 반역적 행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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