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이버)·카(카카오)·라(라인) 7월부터 파격 근무제도 도입

이미지 크게보기 업스테이지 직원들이 제주에서 해변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제공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7월부터 파격적인 근무제도를 잇따라 시행한다. 네이버는 ‘워케이션’(일(work)+휴가(vacation)) 을 도입한다.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들고 나왔다. 라인플러스는 한국시각 기준 시차 4시간 이내에 있는 지역까지 원격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에도 비대면 근무를 유지하는 것으로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IT업계에서는 이 같은 근무제도가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등의 근무 제도 변경은 스타트업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AI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워케이션과 풀-리모트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클로바 제작 팀이 설립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대표 김성훈)는 2020년 10월 창업 때부터 100% 원격근무인 풀-리모트(full-remote)를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표를 비롯해 직원의 10% 가량은 하와이 2달 살이를 하는 등 워케이션을 즐기며 근무 중이다. 국내에서도 제주와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워케이션이 가능하다.

풀-리모트를 실시하는 업스테이지는 창업 때부터 사옥도 별도로 두지 않았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서 근무하던 개발자들도 다수 합류해 직원 중 해외 체류자들가 많다는 것도 이 같은 정책을 실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업스테이지는 재택근무가 여의치 않은 직원을 위해서는 공유 오피스 대여 비용 등을 지원한다. 근속 1주년이 지나면 재택근무 환경 조성을 위한 업그레이드 지원비 500만 원도 현금으로 지급한다. 업스테이지 직원들은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하다 영감이 나왔을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데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 풀-리모트 근무인데, 실제 제도가 갖춰져 앞으로도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직방의 가상 오피스 ‘소마’. 직방 제공

메타버스 근무 성공 사례, 프롭테크 ‘직방’
국내 대표 프롭테크(부동산(property)+기술(technology)) 기업인 직방(대표 안성우)은 메타버스 근무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같은 해 7월부터는 자체 개발한 가상 오피스 ‘메타폴리스’를 활용했다. 직방은 최근 메타폴리스를 글로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소마’를 선보였다.

소마를 통하면 공간 제약 없이 로그인만으로 출근을 할 수 있다. 직방은 소마에서 가상 오피스 공간을 구현했다. 사무실뿐 아니라 회의실 등도 만들어져 있다. 출근 시 아바타를 이동시켜 사무실로 가야 하고, 회의가 있을 경우 회의실로 아바타를 옮겨야 한다. 사무실이나 회의실에선 가까이 있는 동료들의 실제 얼굴을 아바타 위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회의 시에는 발표 자료를 확대할 수 있고, 발표자는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오프라인 빌딩처럼 각 공간마다 출입 권한을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면 메타버스 근무를 시행하면서 일부 직원들은 서울에 있는 집을 처분하고 제주, 강원 강릉 등 지방으로 이사를 갔다. 출근 지역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겠다는 직원이 늘어난 것이다. 직방은 서울 강남구에 있던 기존 사옥을 처분하고, 주요 거점 곳곳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해 재택근무가 힘든 직원을 배려하고 있다.

직방이 자체 개발한 근무 시스템은 수익 창출도 가능해 보인다. 현재 아워홈 등 20여 개 기업이 업무 제휴를 통해 소마를 이용 중이다. 12개 언어를 지원하는 소마 개발로 직방은 해외 진출에도 본격 나설 계획이다.

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