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소연이 WK리그 수원 FC 위민 유니폼을 입고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소연은 수원 FC 입단으로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 수원 FC 위민 제공

■ 잉글랜드·美구단 제안 뿌리치고 12년만에 국내 리그 복귀

오늘 수원FC 위민 전격 입단
여자 축구에 보탬 되려 결정
국내 구단 3곳서도 입단 제의

지, 첼시와 비슷한 시스템인
수원FC를 최종적으로 선택

지소연(31·수원 FC 위민)이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다. 국내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잉글랜드와 미국의 달콤한 제안을 뿌리쳤다.

지소연은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 별관에서 수원 FC 위민 입단 기자회견을 연다. 지소연은 “수원 FC에서 첫 WK리그 생활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초심으로 돌아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엔 수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으로 이동, 수원 FC와 세종스포츠토토의 WK리그 경기 하프타임에 입단식을 진행한다. 지소연이 국내 무대에서 뛰는 건 2010년 12월 일본 고베 아이낙으로 떠난 후 처음이다. 이후 2014년 1월 첼시 위민(잉글랜드)으로 이적했으며 이번에 수원 FC 유니폼을 입었다.

지소연은 첼시의 레전드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자축구 선수다. 첼시에서 8년간 뛰면서 정규리그 우승 6회, 잉글랜드축구협회컵 우승 4회, 리그컵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등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올 시즌 첼시와 계약을 마친 지소연에겐 러브콜이 쏟아졌다. 첼시는 당연히 재계약을 제안했고, 여자축구 강국 미국에서도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지소연은 국내 무대를 선택했다.

지소연의 에이전시인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첼시에서 1+1년 재계약 제안을 받았고 미국에서도 영입 희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지소연이 국내에서 ‘역할’을 하길 원해 국내 이적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지소연이 말한 ‘역할’이란 국내 여자축구 발전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 예전부터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때 후배들과 WK리그에서 뛰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길 원했다.

따라서 금전적인 손해는 상관하지 않았다.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해외와 국내의 이적료 차이가 크지만 지소연이 감내하기로 했다”며 “100% 만족할 수 없지만 마음을 비웠기에 편안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첼시는 지소연을 포함한 1군 주전 선수에게 연봉으로 6자리 금액, 즉 최소 10만 파운드(약 1억6000만 원)를 보장했다. 반면 WK리그는 실업축구이며 연봉 상한액이 5000만 원에 불과하다.

지소연은 수원 FC를 포함해 WK리그 3개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 연봉 상한액 규정 탓에 받을 수 있는 대우가 제한됐기에 여자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을 행선지로 삼았다. 인스포코리아 관계자는 “수원 FC는 남자팀과 여자팀을 함께 운영하는 국내 1호 구단”이라며 “수원 FC와 첼시가 비슷한 구조라고 판단했고,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첼시 위민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는 한 사무국에서 운영하며, 수원 FC 위민과 K리그1 수원 FC 역시 같은 사무국에서 관리한다.

김호곤 수원 FC 단장은 “남자축구와 여자축구를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이 체계적이고 세계적인 추세”라며 “우리 구단의 운영 방식이 지소연의 마음에 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단장은 또 “수원 FC의 명문 도약과 WK리그 활성화를 고민했고, 지소연의 합류가 큰 힘이 될 것 같아 오랫동안 설득했다”며 “지소연도 뜻이 있었기에 한마음이 될 수 있었다. 편안하게 은퇴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