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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married up

기사입력 | 2022-05-25 11:42

이도운 논설위원

2004년 2월 23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을 위한 만찬 리셉션을 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인사말 도중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목하며 농담을 했다. “아널드와 나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영어가 서툴고, 이두박근이 두꺼우며, 결혼을 잘했다.” 이날 리셉션에는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도 참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거물 정치인을 아버지로 뒀지만, 젊은 시절 방황하다가 고향 텍사스의 한 도서관 사서였던 로라를 만난 뒤 술을 끊고 사업과 정치에 집중해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로라는 전형적인 미국 남부 중산층 가정의 조용하면서도 지적인 주부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라크 전쟁 등 부시의 정책을 반대한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조차 로라는 좋아했다. 당시 부시가 결혼을 잘했다고 표현한 영어는 ‘married well’이었다.

영어로 결혼을 잘했다는 표현은 marry well 말고도 marry up이 있다. 부시가 marry well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슈워제네거는 marry up에 해당한다. 자신보다 더 높은 사회적 지위의 사람과 결혼했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슈워제네거는 주변에 “최고의 가문이 어디냐”고 물었다고 한다. 케네디가(家)라는 답변을 듣자, 결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인 마리아 슈라이버와 결혼했다고 한다. 당시 슈워제네거도 이미 보디빌더, 영화배우로서 유명했지만, 슈라이버와 결혼하며 정치적 입지가 더 강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married up이라는 말이 화제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만찬 직전 김건희 여사와 인사를 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우리 둘 다 장가를 잘 갔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29세에 상원의원이 된 바이든은 교통사고로 부인과 사별한 뒤 35세에 선거운동을 도왔던 질 트레이시 제이컵스와 재혼했다. 영문학 박사인 질은 미국에서도 드물게 직업을 가진 대통령 배우자다. 영문학 강의는 물론 국내외에서 남편을 지원하는 1인 2역을 해내고 있다.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웃으며 “정말요(really)?”라고 응답했다. 김 여사는 이제 막 공적 역할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가운데 누가 marry up인지, marry well인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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