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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장기호의 ‘빛과 소금’

기사입력 | 2022-05-24 11:51

김종호 논설고문

‘나 어린 시절엔 조그만 TV 앞에/ 가까이 다가가 영화를 보곤 했지/ 그레고리 펙, 험프리 보가트, 제임스 딘도 생각나/ 이제는 모두 추억 속의 스타/ 가버린, 오래된 영화의 주인공/ 난 오늘도 그 시절로 돌아갈 것만 같아’. 걸출한 싱어송라이터 장기호(60)가 예명 키오(Kio)로 낸 2007년 솔로 앨범 ‘Chagall Out Of Town’ 속의 발라드곡 ‘Old Movies’ 시작 부분이다. 그 앨범에는 그가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의 몽환적인 초현실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작곡·노래한 14곡이 담겼다. ‘나 홀로 있는 이 밤 조용히 비가 내리네/ 조금씩 나의 마음 외롭고 허전해져/ 저 비는 멈추려 하지 않고/ 내 깊은 곳에 있는 슬픈 기억 속에 나를 다가가게 해’ 하는 ‘비 오는 날엔’도 있다. 가사 없는 연주곡으로, 앨범 제목으로도 삼은 타이틀 곡은 “샤갈의 부재로 인한 고독과 슬픔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예술대 응용미술학과 재학 중에 해군 홍보단 베이스기타 연주자로 입대하면서 음악의 길로 전향했다. 1990년엔 박성식·한경훈과 함께, 3인조 그룹 ‘빛과 소금’을 결성했다. ‘빛과 소금’ 데뷔 음반 수록곡 중 대표적인 것이 ‘샴푸의 요정’이다. ‘네모난 화면 헤치며/ 살며시 다가와 은빛의 환상 심어준/ 그녀는 나만의 요정/ 이른 아침 안개처럼 내게로 다가와/ 너울거리는 긴 머리 부드러운 미소로 속삭이네’ 하는 노래로, 1988년 방영된 동명의 TV 연속극 OST다. 1993년 한경훈이 빠지고 2인조가 된 빛과 소금은 1995∼1999년 미국 버클리 음대에 유학한 장기호 사정으로 활동을 중단한 기간도 길었지만,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오래된 친구’ 등 명곡이 많다.

“내게 음악은 판타지 영화 같은 것”이라며 장기호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보는 동안에 현실을 망각하고 상상의 세계를 다녀온 듯한 느낌을 주는 영화처럼, 듣는 동안에 현실을 잊고 상상에 젖어들게 하는 음악들이 나를 움직였다.” 빛과 소금의 제6집이 조만간 나온다고 한다. 장기호의 솔로 앨범 ‘Chagall Out Of Town’도 LP와 CD로 다시 나올 예정이다. “음악은 자기만의 완성을 향해 끝없이 전진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음악 열정이 요즘 더 불타오르는 것 같다”는 그가 후속 앨범 구상도 이미 시작했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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