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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

‘3일 천하’ 셰일혁명

기사입력 | 2022-05-20 11:29

이신우 논설고문

석유·천연가스가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종말을 고해야 마땅했다. 지금의 석유가(價) 폭등은 애초 불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석유 문명은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석유가는 배럴당 50∼60달러 선에 불과했으나 올 2월에 90달러를 넘어섰고, 3월 이후 지금까지 100달러 선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의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 폭등세는 꺾일 줄 모른다.

애초 석유에 조종(弔鐘)을 울린 것은 미국의 셰일 혁명이었다.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한 미국의 셰일가스로 미국은 2014년 마침내 세계 제1의 석유와 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다고 서방 언론은 일제히 팡파르를 울렸다. 미국 도처에 부존된 셰일가스 혹은 셰일오일의 에너지 규모는 너무 방대해 그 양을 헤아리기 어렵다는 분석 보도가 하루가 멀다고 줄을 이었다. 심지어 미국 그린 리버 분지에만 미국이 300년간 쓸 수 있는 분량이 매장돼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산유국들은 몰락의 구렁텅이라는 형용사를 뒤집어써야 했다. 세계적 지정학자인 피터 자이한은 자신의 책에서 “셰일 혁명으로 인해 미국은 세계가 돌아가는 모습에 신경 끄고도 살 수 있는 강대국이 됐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한한 생산 능력을 자랑하던 셰일 생산이 어느 순간부터 종적을 감추고, 세상은 중동과 러시아의 감산과 고유가에 휘청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동 석유의 종언을 이야기하더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시금 중동 산유국들에 증산을 구걸하는 중이다. 심지어 적국인 베네수엘라에까지 유혹의 손길을 보내는 실정이라고 한다. 미 백악관의 생산량 확대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작 셰일 업계는 증산에 소극적이다. 수익성 있는 셰일 원유 유정의 고갈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나? 이로써 ‘셰일’ 바겐세일에 취해 있던 글로벌 사회는 몇 년 만에 다시 기존의 오일 왕국들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셰일 혁명은 나쁘게 말해 ‘뻥’이었고, 좋게 말하면 ‘삼일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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