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전체
사설
시평
시론
포럼
오후여담
[오후여담]

시정연설史

기사입력 | 2022-05-17 11:38

박민 논설위원

시정연설(施政演說)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국정을 베푸는 것에 대한 연설’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대통령제 원조인 미국에서는 ‘The Budget Speech of the President’(예산안에 대한 대통령 연설)라고 표현한다. 이런 차이는 제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예산 편성권은 행정부가, 심의·확정권은 국회가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예산안에 대해 독자적인 편성권과 제한 없는 수정권을 갖고 있다. 정부 예산안을 참고 사항으로 간주한다.

시정연설은 예산안을 제출하는 10월과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하는 6월에 이뤄진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연설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 때까지 취임 첫해에만 대통령이 직접 했고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독했다. 재임 내내 본예산 시정연설을 직접 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당시에도 추경 시정연설은 총리가 대독했다. 추경 시정연설을 직접 한 것은 2017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2018년 5월 추경 시정연설의 경우, 이낙연 총리가 대통령 연설문을 대독하지 않고 처음으로 직접 작성해 연설했다. 문 전 대통령도 5년 연속 직접 본예산 시정연설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취임 6일 만에 직접 추경 시정연설을 했다.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이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시정연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단상으로 가는 길에 여야 의원 모두와 악수했고, 의원들은 기립으로 환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보수당의 윈스턴 처칠 총리와 노동당의 클레멘트 애틀리 당 대표의 파트너십을 예로 들자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러나 협치의 싹으로 평가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당장 지방선거를 둘러싼 여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상황도 다르다. 당시 처칠은 애틀리를 부총리에 임명하는 등 거국 연립내각을 구성했다. 예산 편성권이 내각에 있고 의회의 수정권은 인정되지 않는 등 내각이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권력도 나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많이 본 기사 Top5

핫클릭 ✓